3화 –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3화 –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윤재는 어두운 방 안에서 걸음을 멈췄다.

거실 한가운데 앉아 웃고 있는 정서희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했다.

“윤재야, 이 영화 봐. 네가 좋아하던 거잖아.”

서희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불렀다. 윤재의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이건… 그날이잖아.”

윤재는 기억 속 조각을 더듬듯 손을 뻗었지만, 서희의 모습은 닿을 수 없는 유령처럼 흐릿해졌다.

리안이 조용히 말했다.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지?”

윤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날은 내가 가장 행복했던 날이니까.”

하지만 리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왜 잃어버렸을까? 왜 네 기억은 그날 이후 흐릿해졌을까?”

윤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시선을 거둬버렸다.

리안이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루프의 시작은 항상 과거에 있어. 네가 잊으려고 했던 어떤 선택, 어떤 감정… 그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윤재는 이를 악물었다.

“난 기억을 잊으려 한 게 아니야. 그냥… 시간 속에 묻어버린 거지.”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묻어둔 진실을 다시 꺼낼 시간이야.”

순간, 윤재의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그는 병원에 서 있었다.

이곳은 윤재가 가장 가기 싫어했던 장소였다.

“여긴 왜…?”

윤재가 당황해 묻자, 리안이 대답했다.

“네가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 속 장소야.”

윤재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안 돼. 이건… 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문이 열리며, 차가운 병실의 풍경이 그를 집어삼켰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서희의 모습. 창백한 얼굴.

윤재는 숨을 삼켰다.

“이건… 그날이잖아.”

리안이 뒤에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네가 무슨 선택을 했는지 기억나?”

윤재는 서희를 바라보며 손을 떨었다.

“나는… 그녀를 살릴 방법을 찾고 싶었어.”

리안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분해졌다.

“그렇지. 하지만 네가 택한 건 무엇이었지?”

윤재의 머릿속에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서희가 약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윤재야… 시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재는 그 말을 듣고 시간 이동 실험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국 서희를 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집착에 빠져 실험을 계속했다.

“네 실험은 그녀를 위해 시작된 거였지.”

리안이 말했다.

“하지만 넌 단순한 실패를 넘어섰어. 시간은 너를 벌했고, 넌 그 시간 속에 갇혀버린 거야.”

윤재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야 이 루프를 끊을 수 있지?”

리안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답은 네 안에 있어. 과거에 얽매일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윤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서희를 완전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거야?”

리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제 선택해.”

윤재는 긴 침묵 끝에 무겁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 답을 찾을 거야. 이 루프를 반드시 끊어내고 말겠어.”

리안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보자.”

4화 – 시간의 균열

4화 – 시간의 균열

윤재는 고요한 병실을 뒤로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과거를 마주하라.’ 리안의 말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 뭘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