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끝나지 않는 선택의 무게

5화 – 끝나지 않는 선택의 무게

윤재는 균열 속 서희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를 잊지 말아줘.”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찔렀다.

하지만 윤재는 고개를 저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말이 쉽지… 어떻게 잊지 않을 수 있겠어.”

리안이 그에게 다가섰다.

“잊는다는 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서희의 기억이 네 삶 속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증거야.”

윤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루프가 서희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녀와의 마지막 약속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반복한 이유가… 약속 때문이었다는 거지?”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을 기억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윤재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현상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때 균열 속 서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윤재야… 이제 그만 돌아가.”

윤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돌아가라니… 어디로? 넌 나에게 모든 걸 맡겨놓고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어?”

그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너를 잊지 않으려고 이 모든 실험을 시작했어. 그런데 그걸 멈추라고?”

서희의 모습이 점점 더 희미해졌다.

“윤재야, 넌 이미 충분히 나를 기억하고 있어. 이제… 네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해.”

윤재는 그녀를 붙잡으려고 균열로 손을 내밀었지만, 그 순간 리안이 그의 팔을 잡아 멈춰 세웠다.

“윤재, 그만.”

“놔!”

윤재는 몸부림쳤다. 하지만 리안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제 선택해.”

리안의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그 속에 무거운 책임이 담겨 있었다.

“이 루프를 끊으려면, 서희의 기억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아니면 계속 과거에 머물며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힐 수도 있어.”

윤재는 괴로운 듯 머리를 감쌌다.

“그래서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잊지도 말고, 붙잡지도 말라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리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가능해. 왜냐하면 네가 이미 그걸 해왔으니까.”

윤재는 한참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무겁게 고개를 들었다.

“좋아. 이제 이해했어.”

그는 균열 속 서희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나의 시간을 되찾아야 해.”

그 순간, 손목시계가 천천히 멈추었다.

시간이 더 이상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

윤재의 시선이 리안에게로 향했다.

“이제 뭐가 남은 거지?”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앞으로 걸어갈 시간들.”

그리고 윤재의 균열 속 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

루프는… 드디어 끊어진 듯했다.

6화 – 새로운 시간의 시작

6화 – 새로운 시간의 시작

윤재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균열 속 과거의 장면은 모두 사라졌고, 고요한 정적이 그를 감쌌다. “끝난 건가?” 윤재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