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새로운 시간의 시작

6화 – 새로운 시간의 시작

윤재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균열 속 과거의 장면은 모두 사라졌고, 고요한 정적이 그를 감쌌다.

“끝난 건가?”

윤재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이제 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리안이 그의 옆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네 선택으로 루프는 끊어졌어. 이제 너는 더 이상 같은 하루를 반복하지 않아.”

윤재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뭐지? 서희는 없고, 내가 돌아갈 과거도 없는데.”

리안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며,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에게 남은 건 ‘미래’야.”

윤재는 고개를 들어 리안을 바라봤다.

“미래…?”

리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희와 함께했던 시간들은 과거일 뿐이지만, 그 기억이 너를 무너뜨릴 필요는 없어. 앞으로 살아갈 시간 속에 그 기억을 새기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해.”

윤재는 그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라…”

하지만 그 순간, 문득 윤재의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는 리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넌 누구지? 왜 나를 돕고 있는 거야?”

리안의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

“드디어 그걸 묻는구나.”

윤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리안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너는 이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 나를 돕기 위해서라니… 그게 정말 전부야?”

리안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어 윤재에게 건넸다.

윤재는 그 시계를 받아들고 경악했다.

“이건…”

윤재의 손에 있는 시계는 서희가 생전에 늘 차고 다니던 것과 똑같았다.

“이 시계는…”

윤재가 떨리는 손으로 시계를 살펴보자, 리안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건 너뿐만이 아니었어. 나 역시 누군가를 잃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 하지만 결국 깨달았어. 과거에 갇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뿐이라는 걸.”

윤재는 리안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설마… 너도 나처럼 루프에 갇혔던 거야?”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벗어났던 방법을 너에게 알려준 것뿐이야.”

윤재는 묘한 감정이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네가 왜 나를 도왔는지 이제 알 것 같아. 너도 누군가를 잃었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

리안은 윤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맞아. 그래서 이제 너에게도 새로운 시간을 줄 수 있었던 거야.”

윤재는 조용히 손목시계를 쥐었다.

마지막으로 서희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그녀와의 약속을 다시 되뇌었다.

“서희야… 난 너를 잊지 않을게. 하지만 이제 내 시간을 살아갈게.”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리안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리안… 어디 가는 거야?”

리안은 멀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네 시간이 시작됐으니까. 난 떠나야 해.”

윤재는 발걸음을 떼려다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쳤다.

“고마워.”

리안은 흐릿한 모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기억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그 순간, 윤재는 눈을 감았다 뜨며 한 번 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눈을 떠보니 그는 익숙한 실험실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창밖에서는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윤재는 조용히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미래를 향해.”

그리고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7화 – 문을 열다

7화 – 문을 열다

윤재는 실험실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반복되던 루프에서 벗어난 세상은 낯설게 느껴졌다. 시간은 여전히 앞으로 흐르고 있었고,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