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는 실험실 창가에 서서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이제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여전히 어색했지만, 정상적으로 흐르는 시간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는 창밖의 거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란 뭘까.’
오랜 시간 루프 속에 갇혀 있던 그는 이제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몸부림쳤던 날들.
하지만 그가 깨달은 건 단순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윤재 박사님.”
연구원 한 명이 실험실로 들어와 그를 불렀다.
“새로운 연구 보고서입니다. 읽어봐 주세요.”
윤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받아들었다.
보고서를 살피던 그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좋아. 이걸로 시작해 보자.”
하지만 서류에 집중하던 그의 손이 멈췄다.
문득, 사진 속 서희의 미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윤재는 사진을 떠올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라면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만졌다.
시간을 되돌리려는 집착에서 벗어난 지금, 윤재는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었다.
늦은 밤, 윤재는 연구소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제는 무언가를 되돌리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걷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시간은 흐른다. 그 속에서 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윤재야… 후회하지 마. 계속 나아가.’
윤재는 미소를 지으며 손목시계를 다시 바라봤다.
그 시계는 똑딱똑딱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서희야… 고마워.”
그의 목소리가 공기 속에 조용히 흩어졌다.
과거의 기억은 이제 아픔이 아닌 힘이 되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윤재는 천천히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새로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