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블루 블러드의 법칙

3화: 블루 블러드의 법칙

저택의 어둠 속에서 윤지수와 강시헌은 비밀 통로를 따라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자신을 도와준 강시헌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도망칠 기회를 엿보던 윤지수의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의심할 틈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집중해야만 했다.

“우리가 이 길로 가면, 비상 탈출구가 있을 거야. 이쪽 복도는 감시 카메라가 거의 없는 곳이지.”

강시헌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하며 손짓으로 어둠 속을 가리켰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단호했고, 그 말투엔 이미 오랜 경험자가 지닌 확신이 묻어났다.

윤지수는 머릿속에서 수없이 떠오르는 의문과 걱정에 잠겼다.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 설마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처지인 건가?”

그러나 지금은 대답을 구할 틈도 없이, 강시헌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깊은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야.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 법칙—블루블러드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윤지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뭔가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강시헌은 한참을 말없이 복도를 걷더니, 드디어 작은 비밀 회의실에 다다랐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방 안에는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낡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윤지수도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 게임의 규칙은 매우 간단해. 우리 모두가 선택받은 ‘사냥꾼’과 ‘사냥감’의 역할을 수행하는 거야.”

그는 천천히 테이블 위에 작은 쪽지를 펼쳐 보이며 계속 설명했다.

“사냥감은 탈출구를 찾아야 하고, 사냥꾼은 그들을 찾는 역할. 하지만 진짜 규칙은 이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거야. 단, 누군가를 이용하다 보면 배신과 고통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니까.”

윤지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점점 불안감으로 커져 갔고, 머릿속엔 탈출 계획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제안에 강시헌은 한동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다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아. 이곳에 모인 다른 참가자들도 각자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어. 오늘 밤, 네가 내가 말한 그 ‘법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누구도 날 믿지 않을 거야.”

윤지수는 잠시 그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이 이미 감춰진 게임의 한가운데에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심 다른 참가자들, 그리고 클럽의 진짜 주최자들의 속셈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강시헌의 말 속엔 단순히 탈출구를 안내하는 것이 아닌, 보다 치밀한 작전과 비밀이 숨어 있는 듯 보였다.

방 안의 정적을 깨고, 멀리서 낮은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회의실 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소리. 윤지수는 눈치를 보며 강시헌에게 물었다.

“저 소리… 우리를 찾고 있는 건가요?”

강시헌은 얼굴을 굳혔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누군가가 이미 너의 존재를 눈치챘을거야. 우리가 여기서 잠깐 머무를 시간은 많지 않아.”

그 순간, 방 문틈 사이로 은밀한 빛줄기가 스며들었다. 누군가가 문을 열기 직전의 소리와 함께, 강한 기척이 느껴졌다. 윤지수는 몸을 움츠리며 마지막 탈출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계획은 어둠 속에 노출되고 말았고, 클럽의 냉혹한 법칙이 그들을 다시 한 번 시험에 들게 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이제 모든 건 시작됐어.”

강시헌의 낮은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메아리쳤고, 윤지수는 그 말에 숨죽이며 다가올 운명을 직감했다.

4화: 사냥 개시

4화: 사냥 개시

저택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던 밤, 홀 안의 공기는 무거운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불빛이 깜빡이며 잔잔했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금세 암울함으로 변해갔다.

"블루블러드 클럽""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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