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예기치 못한 끌림

2화 : 예기치 못한 끌림

며칠이 흘렀다. 재하는 회사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익숙한 사무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업무,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문서 작업을 하면서도, 미팅에 참석하면서도, 순간순간 머릿속을 파고드는 장면이 있었다. 홍대의 갤러리…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현우의 편안하고 장난기 어린 미소.

재하: (속으로) ‘도대체 왜 이러지…’

그는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평소 성격이라면 사소한 만남은 금방 잊어버렸을 텐데, 이상하게도 현우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그가 짓던 느긋한 미소, 그리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진지한 눈빛… 어느새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었다.

점심시간, 잠시 바람을 쐴 겸 회사 건물 앞을 거닐던 재하는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날 현우가 찍어준 사진이 남아 있었다. 스스로도 의아했다. 이런 사진을 지운 것도 아니고, 여전히 소중하게 남겨둔 자신의 모습이.

재하: (작게 중얼거리며) “생각보다… 괜찮네요.”

(화면 속, 어딘가 어색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완벽한 회사원의 이미지가 아닌,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풀어낸 얼굴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사진 속의 자신은 낯설고, 어딘가 익숙하지 않지만, 그 순간이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상사에게서 다시 한 번 홍대에 가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가서 현지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라”는 모호한 명령과 함께. 재하는 순간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혹시… 현우를 만날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 작은 기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다잡았다. 이건 일일 뿐이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서류를 챙긴 후, 다시 홍대 거리로 향했다.

[홍대 갤러리]

재하가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 특유의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가 여전히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 그리고 마침 그곳에… 현우가 있었다. 그는 오늘도 편안한 차림으로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재하가 들어서는 모습을 발견한 현우는 곧바로 눈빛을 밝히며 그에게 다가왔다.

현우: (웃으며) “어? 다시 오셨네요! 벌써 제 작품이 보고 싶어진 건가요?”

재하: (일부러 시큰둥한 태도로) “아니요. 그냥 회사 업무 때문에 다시 리서치하러 온 겁니다. 작품이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에요.”

(현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하를 바라본다. 그의 말 속 의식적인 무관심을 꿰뚫어본 듯했다.)

현우: “정말, 그런가요? 아무리 봐도 업무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재하는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현우는 그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현우: “자, 이왕 오셨으니 작품 구경 좀 해보시죠.”

(현우는 재하를 갤러리 안쪽으로 이끌며 자신의 작품을 하나씩 소개했다. 그중 한 사진 앞에서 멈춘 현우가 말을 걸었다.)

현우: “어떤가요? 이번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은 아니길 바랄게요.”

(재하는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진 속엔 잔잔한 파도가 치는 해변가에 홀로 서 있는 작은 인물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아 보였다.)

재하: “…외로워 보이네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외롭게 서 있는 느낌이에요.”

(현우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

현우: “그렇다면 이미 감상할 줄 아는 것 같은데요? 사람들은 종종 자기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작품 속에서 발견하곤 하니까요.”

(재하는 현우의 말에 잠시 굳어버렸다. 그가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지적이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현우를 바라봤다.)

현우: (미소 지으며) “나중에… 제 작품도 좋지만, 제가 아는 작은 카페에서 만나 커피 한 잔 하는 건 어때요? 꼭 업무 차원이 아니라도.”

(재하는 그 제안에 잠시 망설였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이상한 감정이 그의 마음속을 자극하고 있었다. 짧은 침묵 끝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 “…그럼, 다음에 시간을 만들어 보죠.”

(서로의 말이 끝난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감돌고 있었다. 아마도 그와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약속이, 생각보다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음을 재하는 부정할 수 없었다.)

3화: 현우의 일상 속으로

3화: 현우의 일상 속으로

며칠 후, 약속한 대로 재하는 홍대의 작은 카페에서 현우를 만났다. 이건 회사 지시로 이루어진 만남일 뿐이다.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지만,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