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감시의 시작

2화: 감시의 시작

태준 선배와의 연애는 마치 달콤한 시럽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 달콤함에 정신을 놓을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럽은 끈적거리는

무언가로 변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채윤아, 오늘 수업 끝나고 바로 나랑 같이 점심 먹자. 다른 약속은… 당연히 없겠지?”

그는 마치 습관처럼 내게 물었다. ‘당연히’라는 단어가 묘하게 거슬렸다.

마치 내 모든 일정이 그의 손안에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선배. 알겠어요.”

나는 그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감시하는 듯한… 그런 쎄한 느낌이었다.

점심시간, 우리는 늘 같은 식당, 늘 같은 자리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어색하게 대답하며 밥을 먹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것처럼, 체하는 기분이 들었다.

밥알 하나하나가 모래알처럼 까끌거렸다.

“채윤아, 밥 먹고는 뭐 할 거야?”

“도서관에 가서 과제를 좀 하려고요.”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마침 나도 도서관에서 찾아볼 자료가 있어서.

그리고… 네 옆에서 같이 공부하면 더 집중도 잘 될 것 같고.”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일정에 동행하려고 했다.

마치 그림자처럼,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나

는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제안은 마치 부드러운 밧줄처럼, 나를 꼼짝 못 하게 묶는 듯했다.

도서관에서도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마치 CCTV 카메라처럼, 내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눈을 마주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마치 차가운 바람이 등 뒤를 스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서현이와 함께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태준 선배에게는 미리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인 식당 앞에서 서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윤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태준 선배가 서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런 쎄한 눈빛이었다.

“어… 선배… 어떻게 여기…”

나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그는 내 옆을 힐끗 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아, 친구랑 저녁 먹기로 했다고 했었지.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한 거야?

나한테 솔직하게 말했으면 같이 밥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섬뜩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채윤아, 나는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주었으면 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내 마음… 알잖아.”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감쌌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

마치 족쇄처럼, 나를 꼼짝 못 하게 붙잡는 듯했다.

나는 그의 손길을 피하고 싶었지만, 마치 투명한 유리벽에 갇힌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태준 선배의 행동은 더욱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나를 감시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마치 그림자처럼, 내 뒤를 밟는 것처럼, 그의 시선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나는 도서관에서 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었고, 그냥 수업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그 모습을 본 태준 선배의 표정은 순간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나를 향했다.

마치 경고하는 것처럼…

마치 ‘너는 내 거야’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나는 그날 이후, 친구들과의 만남을 최대한 줄였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의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나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두려워졌다.

3화: 균열

3화: 균열

태준 선배의 다정함은 여전히 변함없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압박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 마치 얇은 유리 막이 겹겹이 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