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 선배의 차가운 경고 이후, 나는 마치 투명한 감옥에 갇힌 것처럼 숨 막히는 나날을 보냈다.
그의 다정함은 가면이었고, 그 가면 뒤에는 섬뜩한 집착이 숨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내 모든 것을 감시했다.
나는 서현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현이는 몹시 놀라며 나를 걱정했다.
“채윤아,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해! 이건 정말 위험한 상황이야!”
서현이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태준 선배의 협박이 귓가에 맴돌았다.
‘네가 감히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무서워… 선배가… 정말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현이는 내 손을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채윤아, 이대로는 안 돼.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해.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
서현이의 격려에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태준 선배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우리는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도망 계획을 세웠다. 서
현이의 친척 집이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있었는데, 그곳에 잠시 머무르기로 했다.
태준 선배는 내가 그곳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도망치는 날,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태준 선배를 대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채윤아, 오늘 저녁에는 같이 영화 보러 갈까?”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선배. 오늘은…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해서…”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내일은 꼭 같이 보내자.”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를 감쌌다.
그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 속에서 끈적거리는 집착을 느꼈다.
마치 독사의 손길처럼, 섬뜩했다.
나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저녁이 되자, 나는 서현이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둔 가방을 들고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태준 선배가 따라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현이의 친척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라 거리는 어두웠고, 인적도 드물었다. 우리는 서둘러 서현이의 친척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어둠 속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태준 선배였다.
그는 차에서 내려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섬뜩한 미소였다.
“채윤아… 어디 가려고… 그렇게 늦은 시간에…”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았다.
“선배… 그게…”
나는 말을 더듬었다. 태준 선배는 내게로 다가와 부드럽게 내 뺨을 쓰다듬었다.
“채윤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야…?”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 속에서 광기 어린 집착을 느꼈다.
마치 덫에 걸린 짐승처럼,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나는 태준 선배에게 붙잡혔다. 서현이는 나를 도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태준 선배는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나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어두운 심연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그의 사랑은… 마치 덫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덫에… 완전히… 걸려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