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충치는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현주는 치통이 심해져 결국 다시 치과를 찾는다.
하지만 진혁이 있는 시간만 피해서 예약하려고 시도!
“이진혁 선생님 말고 다른 분 진료 받을 수 있나요?”
그러나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신경치료는 담당 의사가 끝까지 보셔야 하세요.”
결국 다시 마주하게 된 이진혁.
그는 차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김현주씨, 또 오셨네요.”
“어쩔 수 없이요…”
“그럼, 도망가지 마세요. 이번에도 힘드실 거니까.”
현주는 싸늘한 그의 말투에 다시 공포에 빠진다.
"자, 편하게 누우세요."
이진혁의 말에 현주는 굳은 몸을 풀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았다.
누우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편한 자세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저 사실 오늘 그냥 상담만 받고 갈까 했는데요…?"
"안 됩니다."
단호했다. 너무나 단호했다.
"아, 그러면 다음 주쯤 다시—"
"아니요."
현주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선생님 혹시 제 악마세요?"
이진혁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장갑을 끼면서 말했다.
"그럼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악마 맞네…'
현주는 속으로 울면서 고개를 떨궜다.
이미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취 주사가 다시 등장하자, 현주는 긴장감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선생님, 잠깐만요. 잠깐, 딱 10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이진혁은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10초 드리죠."
'오, 의외로 쿨하시네.'
현주는 머릿속으로 온갖 도망칠 시나리오를 그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곳에서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10초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10초 끝났습니다."
"앗, 잠깐만요! 5초만 더—"
"입 벌려 주세요."
그는 주사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주는 눈을 질끈 감고 결심했다.
"선생님, 저기… 주사 놓으실 때 카운트다운 해주실 수 있나요?"
이진혁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3, 2—"
"기다려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그럼 다시. 3, 2—"
"아니 잠깐, 5에서 시작하면 안 돼요?"
"안 됩니다. 김현주씨 저 바쁜 사람이에요. 그만 장난치세요."
단호박.
현주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눈을 꼭 감았다.
드디어 마취가 끝나고,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현주는 입을 벌린 채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마치 전쟁이다…'
이진혁은 차분하게 기계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통증 있으면 손 드세요."
현주는 재빨리 손을 들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선생님 혹시 제 손에 신경과민 반응 감지 기능 달려 있는 거 아세요?
제가 미리 아픈 걸 예측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이진혁은 아무런 반응 없이 치료를 시작했다.
기계 소리가 울리는 순간, 현주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생각했다.
'도망 못 가. 못 가. 못 가…'
이진혁이 치료를 하면서 중간중간 말했다.
"턱 힘 빼세요."
현주는 입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호를 보냈다.
이진혁이 다시 말했다.
"더 빼세요."
'아니 여기서 어떻게 더 빼라고요?!'
현주는 속으로 울부짖으며 최대한 힘을 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치료가 끝난 후, 현주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살아는 있네요… 제가 혹시 치료 받다가 기절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죠?"
이진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음 주에도 오셔야 합니다."
현주는 멍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다음 주요?"
"네. 신경치료는 최소 몇 번 더 오셔야 합니다."
현주는 절망했다.
'이 치과, 다시는 안 올 거야!'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그녀는 다시 이곳에 발을 들여야만 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으며 간호사에게 예약을 잡았다.
이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도망가도 소용없습니다. 결국 다시 오실 거니까요."
'이 악마 같은 치과 의사 같으니…!'
현주는 다시 한 번 치과와의 전쟁을 각오해야만 했다.
이진혁이 차트를 보면서 문득 말했다.
"김현주 씨, 애들입니까?"
현주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마취 주사 맞기 전에 그렇게 호들감 떠는 환자는 보통 어린아이들이라서요."
"……선생님, 지금 저 놀리시는 거예요?"
"사실을 말한 겁니다."
현주는 억울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이 사람 단호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