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 현주는 묘한 아쉬움을 느낀다.
“이제 두 번만 더 오면 치료 끝나겠네요.”
진혁의 말에 현주는 속으로 외친다.
‘이게 끝이라고? 왜…?’
친구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너, 설마 그 의사 좋아하는 거 아니야?”
현주는 펄쩍 뛰지만,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리고 마스크를 내린 진혁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그의 얼굴에 반해버린다.
진혁은 무표정한 마스크를 내렸다.
그 순간, 현주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매끈한 피부, 오뚝한 콧대, 깊고 선명한 이목구비.
마스크에 가려져 있던 아래쪽 얼굴이 드러나면서
그의 차가운 분위기가 한층 더 강렬해졌다.
특히 그의 입술은 날카로운 인상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달리,
의외로 도톰했다.
‘뭐야…? 이 의사 얼굴 왜 이렇게 반칙이야…?’
현주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괜히 눈을 피하면서도 다시 한번 슬쩍 그의 얼굴을 훔쳐봤다.
진혁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강렬한 인상이 현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건 반칙이지… 사람이 이렇게 잘생길 필요가 있나?’
그 후로 병원을 갈 때마다 괜히 설레고 긴장된다.
치료가 끝나가야 하는데, 그녀는 오히려 치과를 더 자주 오고 싶어졌다.
진혁의 얼굴을 본 이후, 현주의 뇌는 온통 혼란에 빠졌다.
‘아니, 아니야. 단순히 얼굴이 잘생겨서 이러는 게 아니야.
그냥… 그냥 너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라 신기해서 그런 거지.’
하지만 그런 자기 최면은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뒤,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데 문득 깨달았다.
‘잠깐만. 나 오늘 치과 가는 날인데…
굳이 이렇게 공들여서 화장할 필요 있나?’
그동안 대충 바르고 다녔던 립밤 대신 틴트를 발랐고,
눈썹도 신경 써서 정리했다.
원래라면 치과에 갈 때 편한 운동복을 입고 갔을 텐데,
오늘은 무려 새로 산 블라우스를 꺼내 입었다.
“……이거, 심각한데?”
현주는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점검했다.
‘아냐, 단순히 병원 가는 김에 기분 전환하는 거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진혁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차트를 살펴보고 있었다.
“김현주 씨,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네, 뭐… 덕분에요.”
“어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진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현주는 이미 그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저 도톰 입술… 아니 아니, 저 콧대… 아냐, 그게 아니라…’
자꾸 시선이 흘러가는 걸 막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진혁과 눈이 마주쳤다.
“……”
“……왜 그러시죠?”
“네?! 아, 아니요! 아무것도요!”
현주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들켜버린 느낌이었다.
‘아, 나 오늘 이상해. 너무 이상해.’
치료를 받으면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보통은 마취 주사만 봐도 식겁하고 긴장했을 텐데, 오늘은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게 다 얼굴 때문이야! 선생님이 너무 잘생긴 게 문제야!’
치료가 끝나갈 무렵, 진혁이 조용히 말했다.
“이제 한 번만 더 오시면 됩니다.”
현주는 얼어붙었다.
‘한 번…? 딱 한 번만…?’
치과를 혐오하던 자신이, 이제는 오히려 더 다니고 싶어졌다.
그녀는 괜히 덤덤한 척하며 말했다.
“혹시 추가로 검진 같은 거 받아야 할까요?”
진혁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추가 검진이요?”
“네! 뭐… 사랑니 상태도 점검해야 할 수도 있고,
잇몸 상태도 봐야 하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확인할 게 있을 것 같아서요.”
진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현주 씨, 충치 치료하러 오셨던 거 기억하시죠?”
“네…?”
“다른 이상이 있으면 제가 진작에 말했을 겁니다.”
그 말에 현주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정기 검진 같은 거 있지 않나요? 6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던데…”
진혁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6개월 뒤에 오시면 됩니다.”
“……6개월은 너무 긴데요?”
“그럼 이틀 뒤에 예약 잡아드릴까요?”
“……아니, 너무 빠른 것 같고요.”
진혁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김현주 씨, 치과에 애착이 생기셨습니까?”
현주는 펄쩍 뛰었다.
“아, 아니거든요?! 그냥 건강이 중요하니까 그런 거지! 무슨 애착이에요!”
진혁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오시죠.”
‘…응? 뭐야, 내 말 들으신 거예요?’
현주는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
진혁과의 치료가 끝나가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