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 망했어!"
윤서진(27세, 미대 졸업생)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는 구겨진 하얀 종이가 가득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낙서투성이의 스케치북이었다.
판타블렛, 아이패드로 쓰기 전에 미대생 특유의 순수미술 자존심으로
스케치북에 연습을 하는 스타일이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미대생 서진은 마감 하루 전까지도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
아무리 작가가 되고 싶다고, 이걸 낸다고? 정말?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서진은 웹툰 작가를 꿈꾸며
여러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하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나를 알아봐 줄 회사는 어딘 가에 반드시 있다. 이번에 서진이 도전하는 곳은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 푸딩코믹스.
수많은 인기 작품을 보유한 회사로,
이곳에 취업하여 신인 작가로 연재만 할 수 있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나도 그동안 열심히 연습 했잖아! 에라 모르겠다! 제출하고 보자!"
서진은 눈을 질끈 감고 파일을 전송했다.
그리고 며칠 뒤, 상상도 못 했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푸딩코믹스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최종 면접 일정: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헉?!"
1차를 통과했다고? 서진은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메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오타는 없었다.
"나… 나 면접 봐야 해?!"
서진은 환호하다가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신 있지만, 발표를 하는 건 정말 자신이 없었다.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2시, 푸딩코믹스 본사.
서진은 정장을 갖춰 입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싸늘했다.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강도윤(35세, 푸딩코믹스 대표이사).
단정한 슈트 차림에 날카로운 눈매, 강렬한 아우라.
웹툰 업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카리스마는 상상 이상이었다.
'와… 방금 대표라고 소개한 저 사람 완전 냉혈한 같아.'
서진은 잔뜩 긴장했다. 면접이 시작되었고, 면접관들이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윤서진 씨, 이 작품의 기획 의도가 뭔가요?"
"아, 네! 준비하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서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는 데,
양피지 통이 바닥에 떨어지며 온갖 스케치 작업도구들이 바닥을 쏟아진다.
온종일 계속된 면접도 모자라,
어리 버리한 지원자의 태도에 모든 면접관들은 피곤한 표정을 짓는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니지만,
이 자리 이 시간이 너무 중요한 서진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아앗! 죄송합니다."
면접장 안에 정적이 흘렀다.
서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XXXX 끝났어… 이건 끝났어…!'
그런데 그때, 누군가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스케치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장씩 넘겨보더니, 뜻밖에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인이라서 부족한 게 있긴 하지만, 아이템 기획도 날카롭고 키워 볼만한데...’
"이건, 서진씨께서 직접 그린 작품인가요?”
대표이사 강도윤이다.
“네. 맞습니다.”
“그림체가 개성이 있네요.
하지만, 계속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며 매주 시리즈 연재를 할 수 있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어딘가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네? 연재요?"
"웹툰을 그린다는 건 단순히 컨셉과 스토리만 좋은 게 아닙니다. 꾸준한 연재, 퀄리티 유지, 작업 속도, 시장성… 그 모든 걸 감안해야 하죠. 그게 가능합니까?"
서진은 당황했지만, 곧 이를 악물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윤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까칠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누구나 열심히 합니다. 가능한 지 물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겠습니다!”
“불가능으로 가능으로 바꾼다?...”
도윤은 반짝반짝 빛나는 서진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새로운 스타 작가도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좋습니다. 불가능 할 것도 없죠. 테스트 삼아 3개월 동안 연재 준비를 해보죠."
서진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 멘토링을 받아야 합니다. 제가 직접 당신을 훈련시킬 겁니다."
“멘토링이요? 대표님께 직접요?”
“또 하나, 제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도윤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네, 복종이요? 제가 강아지도 아니고”
“아, 그 말은 사과하죠!”
도윤은 생각한다. ‘뭔가, 호락호락 하지 않겠는데?’
“아닙니다! 복종하겠습니다”
‘좋아 복종해주마! 그 까짓 거 진짜 데뷔만 할 수 있다면!’
서진은 생각한다.
이 계약이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 찾아 온 운명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푸딩코믹스 본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서진은 침대에 쓰러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근데, 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이제 그녀는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까칠한 업계 스타 대표님과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표님이 직접 멘토가 되어 혹독하게 훈련시킬 거라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꿈을 향한 설렘과…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멘토링?
1:1 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