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밍이 끝난 후, 서진은 흥분된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이 장면, 감정이 너무 부족해요. 다시 그려야겠어요."
도윤이 다시 단호하게 말하자, 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공들여 작업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때, 민석이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야, 윤서진. 직접 연애를 해보는 건 어때? 그러면 감정선이 더 풍부해질 거 같은데?"
"네?! 무슨 말씀이세요!"
서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민석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도윤을 힐끗 바라봤다.
"뭐, 연애 경험이 없으면 상상력이라도 키워야지. 그렇죠, 대표님?"
도윤은 그저 무표정하게 서진의 스케치를 다시 훑어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걸 서진은 눈치챘다.
며칠 후, 푸딩코믹스에서는 신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 미팅이 열렸다.
서진도 초대받아 참석했는데,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서진이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여성이 서 있었다.
"송다연 작가?"
송다연은 이미 연재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은 인기 작가였다.
그녀는 서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 사내에서 꽤 주목받고 있던데,
강 대표님이 직접 멘토링까지 해주신다면서요? 운이 참 좋네요. 이건 사내맞선도 아니고..."
“네?”
서진이 당황한다.
서진은 다연의 말투에서 묘한 견제를 느꼈다.
"아, 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기대할게요. 저는 실력 없는 여자가 외모로 성공하는 건 딱 질색이니깐!”
서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때, 도윤이 조용히 다가와 한마디를 던졌다.
"다연 씨. 말이 좀 지나치네요. 주변에서 오해를 살 수 있어요.
서진 씨는 실력으로 평가받을 겁니다."
다연은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믿어볼게요.
하지만 이 업계는 냉정하다는 거, 잘 아시죠?"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서진은 왠지 모르게 손끝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도윤과 서진은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송다연 작가님, 무서운 분이네요."
"당연하죠. 경쟁자니까요. 신인 작가가 주목받으면 견제가 들어오는 건 당연합니다. 이 시장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기존 스타가 추락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니깐요"
"하지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데요… 제가 뭐라고"
도윤은 서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어요. 자신감을 갖고 당신이 가진 강점에 집중하세요.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 캐릭터의 섬세함… 그런 부분은 이미 강점입니다."
서진은 순간 가슴이 뛰었다. 도윤에게서 처음으로 따뜻한 격려를 받은 기분이었다.
다음 날, 서진은 새로운 스토리보드를 준비하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무조건 이번 원고, 최고로 만들어야겠어!"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작업 파일이 오류로 날아간 것이었다.
"어, 안 돼! 이거 저장이 안 됐어!"
서진은 당황하며 컴퓨터를 두드렸지만,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침착해야 해. 하린아, 혹시 백업 파일 있어?"
하린이 다급히 태블릿을 살펴보았지만, 백업이 되어 있지 않았다.
"어떡하죠?”
그때, 도윤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포기할 시간 없어요. 지금부터 다시 하면 돼요."
"네?! 하지만 시간이…"
"한 시간 내에 다시 스케치를 끝내고, 나머지 작업은 민석 작가님이 도울 겁니다."
민석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밤샘 도와줄게. 대신 라면 한 박스 사줘야 한다?"
서진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여러분. 꼭 해낼게요!"
그녀는 다시 태블릿을 잡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웹툰 작가의 꿈도
오랜만에 찾아온 설레는 감정도...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