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코믹스 사무실 안은 살얼음판 같았다.
서진의 원고 유출 사건이 터진 후,
회사 내부에서도 수많은 의심과 불신이 퍼지고 있었다.
서진은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대표님, 보안팀 확인한 결과 내부 계정에서 외부로 원고가 사전에 유출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편집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넘겼다.
도윤은 그 문서를 찬찬히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계정의 사용자는 누구였죠? 요즘 저작권법이 얼마나 무서운데!"
편집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송다연 작가 계정입니다."
순간 사무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진은 손을 꽉 쥐었다.
"역시..."
하지만 이 사실을 바로 공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연은 이미 회사 내에서도 업계 내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가진 인기 작가였고,
그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더 큰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윤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어요."
"그럼...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요." 도윤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죠."
다음 날, 서진은 차민석과 하린과 함께 사적인 미팅을 가졌다.
민석은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서진아, 확실히 송다연이 연루된 게 맞아?"
서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런데 아직 증거를 공개할 수는 없대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잖아요! 송다연 작가가 추가로 뭔가 움직이기 전에?"
서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요. 우리가 먼저 움직여요!"
며칠 후, 서진은 유튜버들과의 인터뷰를 자청했다.
대표님을 위해서도 이렇게 해야만 했다. 데뷔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서윤이 용기를 내며 사무실 회의실 문을 여는 데,
도윤이 이미 유튜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건들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웹툰 회사 대표로서 면접을 통하여 가장 가능성을 보였던
신인을 발굴하여 키우고 있는 것일 뿐, 모든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요즘 시대에 미인계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로맨스라면 또 모를까.’
그 순간, 취재를 하러 온 유튜버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야, 이거 별것도 없는 사건이네, 우리는 여주인공이 보고 싶었던 건데.. 대표 인터뷰라니...”
“그리고, 대표 얼굴도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별로인데? 뉴스 기사는 다 포토샵이었나봐?”
그날 밤, 도윤과 서진은 회사 옥상에서 나란히 서 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힘들었죠?" 도윤이 조용히 말했다.
서진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이럴 거면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표님이랑 함께하면서 배웠어요.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도윤은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당신은 충분히 강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믿어요."
서진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도윤이 여태껏 보여줬던 단호함 뒤에 숨겨진 따뜻함 이상의 감정을 깨달았다.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푸딩코믹스 공식 발표가 나왔다.
[푸딩코믹스 내부 보안 조사 결과 발표 – 원고 외부 유출 및 SNS 명예훼손 관련자 확인]
송다연의 이름이 공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회사 사람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서진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잘 버텼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근데, 너 표절도 한 것 같던데?"
서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당장 전화 끊어! 이건 뭐 개또라이도 아니고!"
그녀는 도윤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이제 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도윤은 놀란 듯 서진을 바라본다.
‘생각보다 무서운 여자일세...개 또라이...’
"잘하셨어요! 우리 이 싸움이 잘 끝났으니, 이제 우리 이야기부터 정리해 볼까요?"
“네? 우리 이야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