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씨, 정신 차려요! 뭔 생각을 하는 겁니까?”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야..’
서진의 얼굴이 빨개진다.
“이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스토리 구성입니다."
그렇게 도윤은 그녀에게 이야기 짜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독자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해요."
‘칫’
"그럼… 캐릭터 설정을 바꿔볼까요?"
"좋아요. 한번 다시 짜보죠."
서진은 점점 더 웹툰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공식 연재가 다가왔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본인도 모르는 걸."
‘뭐야, 너무 까칠하네’
그의 한 마디에, 서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그녀는 진짜 웹툰 작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1:1 트레이닝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서진의 얼굴이 썩은 곶감처럼 푸석하다 .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며 트레이닝 받고 있지만,
아직 도윤에게선 제대로 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수업은 도윤의 업무 일과가 끝난 저녁에 시작된다.
"윤서진 씨, 선이 흔들려요. 손이 떨리는 건가요?"
“혹시 알코올 중독? 술을 많이 마시나보네”
"아니요! 그냥... 집중이 좀 안 돼서..."
도윤은 서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프로라는 자각이 부족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사람 앞에서는 단 한 번도 편한 기분이 든 적이 없다.
하지만 묘하게도, 점점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윤은 서진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왜요? 또 뭐가 부족한가요?"
"오늘은 외근입니다."
"네?! 외근이라니요"
서진은 어리둥절했다. 외근이라니? ‘내가 사무직도 아니고’ 하지만 도윤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녀를 데리고 요즘 뜨고 있는 핫한 웹툰 스튜디오로 향했다.
"여긴… 다른 작가님들 작업실이네요?"
"맞아요. 지금 업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업실이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고 배우세요."
그곳에는 웹툰 작가들이 마감에 몰두하며 작업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이었고, 사무실엔 키보드 소리와 펜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렇게 바쁘게 작업하는 줄 몰랐어요."
"웹툰 작가는 마감과의 싸움이에요. 절대로 여유롭게 작업할 수 없어요."
도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신인 시절, 하루 16시간 이상을 작업하며 데뷔를 준비했다고 했다.
서진은 그 말을 듣고 다시금 결심했다.
며칠 후, 서진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엔 네 컷을 한 번에 그려볼까요?"
"네 컷이요?! 저는 한 컷 그리는 데도 오래 걸리는데…"
"시간을 단축해야 해요. 효율성을 길러야 연재할 수 있습니다."
서진은 한숨을 쉬며 펜을 들었다. 그리고 네 컷을 한 번에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도윤은 그녀의 그림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제야 조금 감을 잡았네요."
서진은 눈을 반짝였다. 처음으로 도윤에게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조금 잡았다는 것 뿐이니” “네...” 그날 밤, 서진은 도윤과 함께 늦은 야식을 먹게 되었다.
"대표님도 이렇게 바쁜데 밥은 먹고 다녀요?"
"저는 아이스라테로 때우는 편이죠."
"그러니까 피곤해 보이잖아요! 제대로 드셔야죠."
서진은 도윤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도윤은 순간 멈칫했다.
"…이런 거, 오랜만이네요."
"뭐가요?"
"누군가가 저를 걱정하며 밥을 챙겨주는 거요."
서진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도윤의 표정이 조금 달라 보였다. 냉혈한 혹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 아니라, 주인에게 복종하는 강아지 같은 눈빛을 보았다.
다음 날, 도윤은 서진에게 또 다른 테스트를 내렸다.
"내일부터 하루 한 장씩 콘티를 제출하세요."
"하루 한 장이요? 대사까지 다요?!"
"그게 당연한 거죠. 마감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세상은 냉정해요"
서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콘티를 완성해서 제출한 날, 도윤은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이거… 괜찮네요. 캐릭터 감정선이 좋아요."
"진짜요?"
"그렇다고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가능성이 조금 보인다는 것 뿐이니."
서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윤이 까칠하게 말해도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점점 더 웹툰 작가로서의 길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진이 작업하던 원고 시안이 삭제된 것이다.
"백업도 없는데, 중요한 시안인데..”
서진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윤 역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심각해졌다.
"혹시 누가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이 있나요?"
"설마요, 신인 작가 원고를." "저장을 잘못한 거겠죠. 다행히 내가 저장해 놓은 백업 파일이 있으니 걱정 말아요.”
서진은 든든한 도윤을 보며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헷갈렸던 마음, 설레는 감정이 들기 시작한다. ‘뭐지, 저 남자...’
"대표님, 너무 감사합니다."
속 마음을 들킨 것일까? 도윤이 다시 까칠해진다.
“저한테 감사할 건 없고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제가 서진씨가 좋아서, 챙겨주는 게 아닙니다.! 다 우리 플랫폼의 미래를 위함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윤서진 착각하지 말자! 일에만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