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며 눈부신 불빛이 새어나왔다. 문 너머에는 고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우는 검을 움켜쥐고 앞을 응시했다. 지윤 또한 본능적으로 총을 단단히 쥐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남자가 손짓하며 말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었다. 벽면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데이터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실험실처럼 보이는 곳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분석하고 있었다.
“여기는 대체…”
서지윤이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비밀 군사 시설 같았다. 한 남자가 다가왔다.
백발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그는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강연우 님.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군요.”
강연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내 이름을 알고 있군!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니까요.”
“프로젝트?”
“실험의 결과라고 하면 더 이해가 빠를까요?”
그 말에 지윤은 즉각 총을 들었다. “무슨 실험을 말하는 겁니까?”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당신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설명을 듣고 나면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질 겁니다.”
그는 한쪽 벽을 가리켰다. 벽면이 자동으로 열리며 안쪽에 보관된 여러 개의 캡슐 같은 장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는 사람처럼 보이는 형체가 있었다.
강연우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이건…”
“당신이 보신 대로입니다. 우리 연구진은 시간을 거슬러가며 특정 유전자를 가진 과거의 인물들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강연우 님.
당신은 우리가 찾던 시뮬레이션과 가장 완벽하게 일치하는 과거의 사람이었습니다.”
지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을 거슬러가며? 그럼 무사님이 조선시대에서 현대로 오게 된 것도 당신들 때문이라는 겁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클라이언트의 계획이었죠.
우리도 모든 과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당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건 확실합니다.”
“클라이언트의 계획이라고요?” 지윤의 물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소리인지 똑바로 말하시오! 나는 실험체가 아니오.”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증명해 보십시오.”
그 순간,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다. 연구소 내부가 붉은 조명으로 변하며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침입자 경고. 무장 세력이 연구소 내부로 접근 중.”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벌써 들이닥쳤군요.”
서지윤은 총을 꺼내들고 날카롭게 물었다. “누굽니까?”
“당신들을 추적해 온 또 다른 세력입니다.”
“저희를 노리는 자들입니까?” 강연우가 묻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원하고 있는 건 우리뿐이 아닙니다.”
그 순간, 문이 폭발하듯이 열리며 무장 병력들이 밀려들어왔다.
“찾았다.”
짧은 순간, 전장은 혼돈으로 변했다. 서지윤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총을 발사했고, 강연우는 칼을 휘둘렀다. 현대식 무기와 조선의 검술이 맞부딪치며 공기가 팽팽해졌다.
“강연우님, 서둘러야 합니다!”
남자가 외쳤다.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은 영원히 실험체로 남을 겁니다!”
지윤은 이를 악물었다. “무사님! 아니 연우씨, 선택하셔야 합니다!”
연우는 짧은 순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검을 단단히 쥐며 말했다.
“나는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밀 연구소 시설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클라이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