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지켜야 할 것이 생겼소

7화: 지켜야 할 것이 생겼소

연구소가 붕괴하기 직전, 강연우와 서지윤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귓가에 들리는 폭발음과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는 긴박한 상황을 더욱 실감 나게 만들었다.

“이쪽입니다!”

남자가 손짓하며 골목길로 안내했고, 그들은 숨 가쁘게 뛰었다.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몇 블록을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안전한 곳으로 보이는 작은 창고 안으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강연우는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이 시대의 싸움이란 건, 끝없이 도망치는 것이오?”

서지윤도 겨우 숨을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때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계속 도망칠 수는 없겠지요.”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오고 갔다. 서지윤은 먼저 고개를 돌리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사님, 부상은 없으십니까?”

그는 천천히 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웃었다.

“괜찮소. 낭자는?”

“저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의식을 잃을 것처럼 빠르게 뛰었던 심장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남자는 문을 잠그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벗어난 걸 알면 또 쫓아올 겁니다.”

강연우는 조용히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분명해졌소.”

서지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입니다.”

강연우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궁금한 게 있었소. 여인은… 왜 계속 내 곁에 있소? 나를 지켜야 할 이유라도 있소?”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와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션 때문이었고, 그다음은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혼자 두면 위험하시니까요.” 그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 순간, 조용한 창고 안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연우는 서지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여인은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해주시겠소?”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녀는 애써 가벼운 말투를 유지했지만,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신경 쓰여...’

이상했다. 그는 단순한 보호 대상일 뿐인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까?

한참 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혼란스럽게 엉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쉬어야 합니다. 내일이면 또 움직여야 하니까요.”

강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낭자 우리 잠깐 눈좀 붙이는 게 좋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서지윤도 벽에 등을 기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늘 밤은 쉽게 잠들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창밖에서는 달빛이 희미하게 창고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달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참 후, 창고 안은 조용해졌다. 서지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창고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연우는 창가에 앉아 검을 닦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날카롭지만 온화한 옆모습. 어둠 속에서도 그가 마치 시대를 초월한 존재처럼 보였다.

“왜 잠들지 않으십니까?”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강연우는 손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내 이제, 지켜야 할 것이 생겼소.”

그의 말에 서지윤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눈을 피하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저를 지켜주시지요.”

그 순간, 그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강연우는 별다른 반응 없이 조용히 웃었다.

“낭자를 지킨다고는 안했소만...”

“네?” ‘뭐야 장난해?”

“농담이오, 내 지키리라. 낭자도 검을 배워보는 것은 어떻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검도 기본적으로 쓸줄은 알지만, 굳이 검을... 야쿠자도 아니고”

“야쿠자?”

“아니면, 사무라이?” 지윤이 웃으며 말한다.

“사무라이라면 나도 좀 들어봤소이만!” 암튼 그대가 쓰는 그 총은 총대로,

검은 검대로 쓰임새가 있을 것이오. 함께 쓴다면 그대는 더 강해질 것이오.”

“생각해 볼게요.”

“좋소이다. 내일 날이 밝으면, 내 무공을 한 수 천천히 보여드리겠소.”

서지윤은 창가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이상 이질적이지 않았다.

8화: 낭자의 말을 듣자니, 내 좀 부끄럽소

8화: 낭자의 말을 듣자니, 내 좀 부끄럽소

다음 날 아침, 창고 안으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창밖에서는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가끔씩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현대의 거리를 실감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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