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던 밤이 지나고, 창고 밖에서는 긴장된 공기가 감돌았다.
지윤과 연우는 이미 무장을 마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상부가 제공한 위치를 따라가면, 이 모든 실험을 주도했던 조직의 중심부와 마주하게 될 터였다.
“각오해 지윤! 이곳을 빠져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정보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지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강연우 역시 검을 단단히 쥔 채 말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아야 하오. 그리고 만약 돌아갈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하겠소.”
그들은 어둠 속을 가로질러 조직의 본거지로 향했다. 건물은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고, 경비도 삼엄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모든 답이 밝혀질 것이었다.
침묵 속에서 움직이던 세 사람은 조용히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그때다.
인기척이다. 차가운 웃음 소리다.
“흐흐흐흐흐흐”
그들을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선제 공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군요.” 서지윤이 강연우를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마도”
그때다.
주변이 핀라이트로 환하게 켜지며 복도 끝에서 검은 옷을 입은 무장 세력이 나타났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그는 또 다른 세력의 하나인 이 곳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이자 과학자다.
“이게 누구신가! 우리의 강연우 님, 드디어 오셨군요.”
강연우는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이 모든 것의 배후인가?”
과학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나는 저 위의 높은분들...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단순히 연구를 진행했을 뿐...”
‘그때 연구소에서도 클라이언트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지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연구! 연구! 연구 그런 헛소리 집어 치워! 나는 조선으로 돌아 갈 것이다”
연우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제 생각에 굳이... 당신은 이미 이 시대에 적응했고, 조선으로 돌아간다 해도 더 이상 당신의 자리는 없을 겁니다.”
“그건 내가 판단할 일!”
과학자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증명해 보시죠.”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병력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강연우는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고, 서지윤은 총을 꺼냈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싸움을 시작했다.
강연우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적들을 베어 나갔다. 그는 이미 이 시대의 싸움 방식에도 익숙해졌고,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서지윤 역시 정확한 사격으로 적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과학자의 병력들은 최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들은 철저히 훈련된 전투 요원들이었다.
“무사님, 조심하십시오! 살아서 만납시다!”
“낭자, 그동안 고마웠소!”
죽음을 각오한 그들이다.
그들은 그동안 연습한대로 눈빛을 마쳐나가며, 그들을 대응하기 시작한다.
“쾅쾅!”
“챙챙챙챙-“
“으악-“
연우와 지윤, 검은 세력들의 검과 총이 반짝이며
사람이 쓰러지며 외치는 소리, 자욱한 연기, 이곳은 살벌한 전쟁터가 되었다.
“헉헉-“
시간이 흘러가면서 연우와 지윤은 점점 지쳐가는 분위기다.
상대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연우는 다시 힘음 내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하며 검으로 총탄을 튕겨냈다.
그는 조선의 제일검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우와 지윤은 점점 궁지에 몰렸다. 숫자에서 밀리고 있다.
아무리 조선의 제일검, 대한민국 최고의 살인청부업자 듀오이지만
적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었고, 이대로라면 오래 버틸 수 없었다.
그때,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정보원이 건물 내부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여 일부 전력을 끊었다.
순간적인 암흑 속에서 서지윤과 강연우는 빠르게 움직이며 적들을 제압했다.
여기 저기서 적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지윤아! 과학자가 도망친다!” 정보원이 외쳤다.
연우아 지윤이 피를 흘리며 도망치고 있는 과학자를 쫓는다.
알 수 없는 글자와 실험 도구가 가득한 방을 거쳐가며 계속 과학자를 쫓았고, 마침내 연구실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큰 숫자판과 함께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기계가 보인다.
‘시간 왜곡 장치’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당신을 이곳으로 보낸 장치같군요.” 정보원이 말했다.
강연우는 과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 사용하면 내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오?”
그들을 피해 도망쳤던, 과학자가 숨을 헐떡 거리며 의미 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아마도요. 하지만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서지윤은 순간 굳어졌다.
“보장할 수 없다고?”
피를 흘리며 헐떡 거리고 있는 과학자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헉헉, 운이 좋으면 조선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이 세계에서 계속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만약 재수 없으면, 강연우의 존재 자체가 이 곳에서도 조선에서도 영영 사라질 수 있지”
그 순간, 서지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강연우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저 기계 장치를 통해서 조선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강연우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둘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했다.
“낭자...나와 함께 가겠소?”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 여기 남아야 합니다.”
강연우의 눈빛이 아쉬운 지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낭자, 고마웠소 행복하시오.”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강연우는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서지윤은 조용히 기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간 왜곡 장치’ 기계가 큰 소리가 작동되며 세상에 없던 엄청난 굉음과 강렬한 섬광으로 번쩍 거린다.
“잘 가십시오, 무사님.”
한참을 그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던 지윤을, 같은 조직의 정보원 선배가 다독거린다.
“지윤! 그동안 저 조선 무사와 좋은 추억이라도 쌓였던거야?”
“추억은요...”
“근데, 너답지 않게 눈물은?”
“선배, 저도 사람입니다. 이럴 땐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지옥 같은 그곳을 떠나려 한다.
아쉬운 지, 문을 나서며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다.
“펑!”
엄청난 굉음의 폭발음과 함께 강렬한 섬광이 ‘시간 왜곡 장치’ 에서 번쩍거린다.
“삑-삑-
System error! System error!
잠시 후, 하얀 연기가 자욱하고
검을 든 실루엣의 남자가 보인다.
“연우씨? 무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