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모태솔로 탈출 계획

1화: 모태솔로 탈출 계획


"하린아, 너 이번에도 혼자야?"

결혼식장 입구에서 만난 친구의 질문에 박하린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또다시 같은 질문을 듣는 것도 이제는 익숙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활짝 웃는 신랑을 보니 가슴 한편이 서늘했다.

하린은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반지가 없는 네 번째 손가락이 유독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나도 끝내야겠다. 모태솔로는 안녕이야.'

결혼식 피로연이 끝난 후, 하린은 단짝 친구 수지와 카페에 앉아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최윤재 선배. 우리 팀 선배 있잖아."

수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최윤재? 그 윤재 선배? 잘생기고, 친절하고, 일도 잘하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데 너무 완벽해서 내가 고백을 하면 받아줄지도 모르겠어."

"이럴 때일수록 계획이 중요하지. 내가 도와줄게."

수지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하린은 수지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 친구와 함께라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며칠 후, 하린과 수지는 고백 작전을 위해 카페에 다시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고백 시나리오가 빼곡히 적힌 노트가 놓여 있었다.

"고백 장소는 회사 근처 공원으로 하는 게 어때? 사람들한테 안 들키고, 분위기도 괜찮잖아."

"그럼 공원 벤치 앞에서? 선배가 퇴근할 때쯤 나갈게."

수지가 노트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좋아, 그럼 대사는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선배, 저 선배를 좋아해요. 사귀어주세요.' 어때?"

하린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지만, 이제는 도망칠 수 없었다.


고백 당일, 하린은 회사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박하린, 할 수 있어. 최윤재 선배도 사람일 뿐이야. 이렇게 준비했는데 안 되겠어?'

하린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거울 속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저녁 무렵, 하린은 공원 벤치 근처에서 윤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윤재의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그는 여전히 깔끔하고 완벽했다.

하린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윤재가 벤치에 도착하기 직전,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왔다.

"여기 계셨네요."

하린은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어? 강태우 씨?"

강태우는 윤재 선배의 후배로, 하린의 회사에서도 얼굴이 꽤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등장에 하린은 얼어붙었다.

"윤재 선배 물건을 전해 주려고 찾고 있었어요."

태우는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아, 네... 그렇군요."

하린은 머뭇거리며 태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태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요?"

하린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큰일 났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지?'


심장은 요동쳤고, 머릿속은 백지였다. 결국 하린은 입을 열었다.

"저, 사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태우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린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쏟아냈다.

"저 선배 좋아해요! 사귀어주세요!"

말이 끝나자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린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었다. 태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라고요? 저를 좋아한다고요?"

하린은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아니에요! 지금 실수했어요!"

하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태우는 그런 하린을 잡으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요, 고백해 놓고 그냥 가는 건 예의가 아니죠."

하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태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최악이야!'

하린은 자신을 원망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둠 속에서도 태우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2화: 잘못된 고백

2화: 잘못된 고백

다음 날 아침, 하린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어젯밤 공원에서의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강태우의 장난스러운 미소와 당황스러운 상황이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