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은 태우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윤재와의 만남이 실망으로 끝난 이후,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고민했다.
윤재에 대한 감정이 정말 사랑인지, 아니면 단순한 동경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우의 진지한 눈빛과 말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도 그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날 오후, 태우는 하린의 책상 근처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했지만, 하린은 그 너머에 숨겨진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린 씨, 오늘 퇴근 후에 시간 있어요?"
하린은 태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요?"
"뭐, 그냥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 좀 하려고요. 요즘 하린 씨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요."
하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어디서 만날까요?"
태우는 웃으며 말했다.
"회사 앞에서 기다릴게요."
퇴근 후, 두 사람은 회사 근처의 한적한 식당으로 향했다.
따뜻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에서, 태우는 하린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린 씨, 요즘 고민이 많아 보여요. 혹시 윤재 선배 때문인가요?"
하린은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뭐,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데 태우 씨가 왜 그런 걸 신경 써요?"
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린 씨가 잘 지내는 게 보고 싶으니까요."
그의 말에 하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태우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우 씨...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혼란스러워서요. 윤재 선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하린 씨, 감정은 복잡해도 결국엔 마음이 향하는 곳을 알게 될 거예요."
하린은 그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태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식당 밖으로 나와 한적한 거리를 걸었다.
밤공기가 차가웠지만, 하린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 태우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린 씨, 사실 할 말이 있어요."
태우가 멈춰 서며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평소와 달리 진지하고 단단했다.
"저... 처음에 하린 씨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 솔직히 장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장난으로 받아쳤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린은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태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린 씨를 좋아해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게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제 마음은 진심이에요. 윤재 선배가 아니라, 저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하린은 그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태우의 고백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우 씨..."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태우의 고백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집으로 돌아온 하린은 태우의 고백을 떠올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진심 어린 말은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사람은 누구지?'
하린은 침대에 누워 스스로에게 물었다.
윤재의 다정함과 태우의 진심 사이에서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태우의 고백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무언가를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