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두 사람

11화: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두 사람

소은은 새벽 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침실의 천장을 바라보며,

여기가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도윤과의 계약 결혼 후, 이곳은 그녀의 새로운 집이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집안 풍경이 펼쳐졌다.

조용한 부엌 쪽에서 가볍게 들려오는 소리가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일어났어요?”

도윤의 차분한 목소리가 부엌 쪽에서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소은을 바라봤다.

셔츠 소매를 깔끔하게 접어 올린 모습은 딱딱하지만 어딘가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네. 아침부터 준비하셨네요.”

소은은 조심스레 부엌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식탁 위에는 깔끔하게 구워진 토스트와 과일, 그리고 갓 내린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간단한 거예요. 평소처럼 아침을 먹는 거라 특별할 건 없어요.”

도윤은 무심한 듯 말했지만,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은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의자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은데요.”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이상, 서로 불편하지 않은 게 중요하잖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

도윤은 커피 잔을 그녀 앞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잔을 들었다.

따뜻한 향이 그녀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도윤의 손길이 닿은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심한 듯 행동했지만,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소은은 서서히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도윤 또한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퇴근 후에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소은은 도윤이 아직 사무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 부엌에서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다.

그동안은 간단한 식사만 했지만, 오늘은 정성껏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가며 조심스럽게 음식을 만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갓 조리한 크림 파스타와 신선한 샐러드가 놓였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소은이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냥, 오늘은 제가 요리를 하고 싶어서요. 피곤하실 것 같아서 간단한 저녁을 준비했어요.”

도윤은 놀란 듯 그녀가 준비한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는 별말 없이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음식을 한 입 맛보았다.

“맛있네요.”

소은은 긴장이 풀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처음 만들어 본 요리인데 괜찮을까 걱정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맛있어요.”

도윤은 솔직하게 평가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식사가 끝난 후, 도윤은 설거지를 도우며 자연스럽게 소은과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가볍게 주고받았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늦은 밤, 거실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일도 생겼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도윤은 업무가 끝난 후에도 종종 소은의 작업실에 들러 그녀의 디자인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건 어떤 컨셉인가요?”

“봄을 테마로 한 웨딩드레스예요.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만든 드레스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소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무심코 도윤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날 밤, 도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소은은 차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커피보다는 차가 좋을 것 같아서요.”

도윤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컵을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차를 마셨다.

창밖에는 부드러운 달빛이 흐르고 있었다.

조용한 공간 속에서 가끔씩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만이 들렸다.

도윤이 문득 입을 열었다.

“이런 일상이, 나쁘지 않네요.”

소은은 조용히 웃었다.

“저도요.”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웠고, 불안했던 처음과 달리 편안해 보였다.

그는 이 작은 변화가 어쩐지 싫지 않았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일상은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함께 아침을 먹고, 저녁을 나누며, 가끔은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소은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점점 편안해지고 있었고,

도윤 역시 그녀와의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조금씩, 서로의 존재에 스며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12화: 작은 변화

12화: 작은 변화

소은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열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도윤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의 야근이 잦아졌고, 식사를 거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