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은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긴장된 아침을 맞았다.
공모전 준비로 지친 몸을 이끌고 인터뷰 장소로 가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도윤과 부부다운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도윤은 그런 그녀의 불안을 눈치챘는지 차 안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요. 그냥 편하게 대답하면 돼요.”
소은은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편하게 대답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도윤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도 이런 자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 회장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유명 잡지사에서 기획한 부부 인터뷰였다.
강 회장의 뜻에 따라 진행된 자리였고, 두 사람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했다.
기자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결혼 후 생활은 어떠신가요? 함께 지내면서 변화된 점이 있나요?”
소은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 익숙해지는 중이에요. 혼자 지낼 때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생활이 처음이라…
작은 부분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도윤이 옆에서 덧붙였다.
“서로의 생활 패턴이 다르다 보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만큼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은은 순간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기자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이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고 계신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혹시 서로가 가장 고마웠던 순간이 있을까요?”
소은은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최근 도윤이 야근하고 돌아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얼마 전, 도윤 씨가 바쁜 와중에도 저를 챙겨줬어요.
공모전 준비 때문에 피곤할 텐데도 잊지 않고 물을 건네주고,
작업실을 찾아와 조용히 응원해 줬어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되더라고요.”
도윤은 소은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란 듯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었는데, 그녀에게는 그렇게 다가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그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소은 씨도 저를 많이 신경 써 줍니다.
바쁜 와중에도 저녁을 챙겨 주고, 저보다 먼저 잠들지 않고 기다려 주기도 하죠.
집에 돌아왔을 때 환한 불빛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이상하게 안심이 되더라고요.”
소은은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계약 결혼이라는 것을 잊어야 하는 자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이 진심처럼 들렸다.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기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질문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도윤은 자연스럽게 소은의 어깨를 감싸며 가까이 다가갔다.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소은은 잠시 굳어졌다.
하지만 곧 그에게 맞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소은은 긴장이 풀렸는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무난했던 것 같아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았어요. 소은씨 덕분에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어요.”
그의 말에 소은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녀는 도윤이 진짜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순간, 강 회장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깊이 파고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날 저녁, 강 회장은 비서를 불러 두 사람의 인터뷰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영상 속에서 두 사람은 완벽한 부부처럼 보였지만, 그는 쉽게 믿지 않았다.
“겉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군.”
강 회장은 서류를 뒤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단순한 인터뷰로 모든 의심이 사라질 리 없었다.
그는 여전히 도윤의 행동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후, 소은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디자인 공모전 1차 합격이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 번 메일을 확인했다.
“합격… 했어.”
기쁨에 들뜬 그녀는 바로 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는 바쁜 일정 중일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이, 도윤의 새어머니가 그녀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소은의 공모전 지원 정보를 우연히 접한 새어머니는 그녀의 배경을 조사했다.
평범한 디자이너 지망생이 강도윤의 아내라면, 그 사실만으로도 논란이 될 여지가 충분했다.
그녀는 몇몇 언론사에 은밀히 정보를 흘렸다.
‘강도윤의 아내, 공모전 참가도 특혜인가?’라는 의혹이 돌기 시작했다.
소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공모전 준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도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뜻과 달리, 상황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은의 작업실 앞에서 낯선 기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소은 씨,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강도윤 대표님의 아내라는 점이 공모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은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
그녀는 공모전에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지원했고,
특혜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은 이미 단정적인 뉘앙스를 띄고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시죠.”
도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