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보호 본능

15화: 보호 본능

소은은 기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공모전은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기회였고,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특혜’라는 단어 하나로 그녀의 모든 노력이 의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기자의 질문이 쏟아질수록, 그녀는 점점 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도윤이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만하시죠.”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명확한 경고였다.

기자는 순간 움찔했지만, 여전히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노트를 펼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강 대표님, 지금 공식 입장을 발표하시는 겁니까?

배우자의 공모전 참여가 특혜라는 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도윤은 흔들림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아내는 공모전에 정당하게 참가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지원자의 신원을 알지 못한 채 작품만으로 심사했고,

저 또한 그녀의 참여 여부조차 나중에 알았습니다.”

기자는 다시 물었다.

“하지만 강 대표님께서 후원하는 기업 중 하나가 해당 공모전의 스폰서라고 하던데요?”

소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녀조차 몰랐던 사실이었다.

도윤은 피식 웃었다.

“그 기업은 아버지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공모전의 후원사들은 심사 과정에 전혀 개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심사 과정이 보다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자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보다 투명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도윤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공모전 운영진 측과 논의해 심사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2차 심사는 1차 합격자들만 익명 혹은 닉네임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소은은 놀란 눈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기자 또한 예상하지 못한 결정에 순간 멈칫했다.

"그렇게까지 하시겠다는 겁니까?"

"공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요."

도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답했다.

기자는 더 이상 물을 말이 없어진 듯 보였다.

그날 저녁, 소은은 조용히 창가에 서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 벌어진 일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도윤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었다.

도윤은 거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다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요."

소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나 하나 때문에…."

도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은씨 하나 때문이 아니라, 이게 옳은 일이니까요."

그녀는 그의 대답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냥 두면, 당신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평가받게 될 겁니다. 난 그게 싫어요."

소은은 그를 바라보았다.

계약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지켜야 할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도윤은 마치 그런 틀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냥 하는 겁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소은은 그의 옆모습을 보며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며칠 후, 공모전 운영진 측에서는 공식 발표를 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참가자의 신원 문제와 관련하여,

2차 심사는 익명 및 닉네임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든 지원자는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받으며,

심사위원단은 최종 발표 전까지 참가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하였습니다."

이 발표가 나간 후, 특혜 논란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모전의 공정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여론도 점차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소은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도윤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도윤은 짧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당신이 할 일만 남았네요."

소은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최선을 다할게요."

그녀는 더 이상 이 공모전을 계약 결혼을 둘러싼 논란으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정말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일 차례였다.

그날 밤, 소은은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앉아 디자인을 수정했다.

그녀는 손끝에서 펼쳐지는 선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의 열정을 다시 되찾고 있었다.

도윤은 거실에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자신이 그녀를 돕고 싶었던 이유를 곱씹었다.

그것이 단순히 계약 관계에서 비롯된 의무감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상이었을까.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두 사람의 관계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그런 자신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16화: 질투와 감정의 혼란

16화: 질투와 감정의 혼란

공모전 최종 발표일, 소은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표가 이루어지는 단상 위에는 공모전 관계자가 서 있었고, 마이크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