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집 안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소은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녀는 요즘 온라인 뉴스나 기사들을 되도록 멀리하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불길한 기운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강도윤, 결혼 1년 만에 이혼… 아내와의 갈등 끝에 결별 선택"
"강도윤, 후계자 자리 포기 수순 밟나?"
"강 회장 측, '이혼은 개인적인 사유'… 기업 운영에는 영향 없어"
소은은 충격으로 휴대폰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도윤과 상의한 적도 없는 이혼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떨며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
내용은 터무니없었다.
"강 회장의 장남 강도윤이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오랜 갈등 끝에 결별을 선택했으며,
강 회장 역시 이혼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완전히 날조된 기사였다.
소은은 황급히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도윤은 이미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도 방금 봤어요."
"이건… 우리랑 상의도 없이…"
"아버지 일이겠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도윤 씨, 어떻게 할 거예요?"
소은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만나야겠어요."
강 회장의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도윤은 평소와는 달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곧장 강 회장에게 다가가 책상 위에 신문을 던졌다.
"이게 뭐죠?"
강 회장은 태연한 얼굴로 신문을 집어 들고 제목을 훑었다.
"이혼 기사군."
그는 무심하게 신문을 접으며 말했다.
"너도 예상했을 텐데?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이혼을 선택한 적 없습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그 안에 깃든 분노는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적도 없고, 소은 씨 역시 이런 결정을 내린 적 없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왜 멋대로 우리 인생을 조종하려 드는 겁니까?"
강 회장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종이라… 넌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군."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이미 결정된 일이야. 네가 받아들이든 아니든."
"대체 왜요?"
도윤이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게 결국 저를 후계자 자리에서 내리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강 회장은 조용히 웃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네가 포기하니까."
"……."
"너는 쉽게 회사를 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확실하게 만들어야 했어.
네가 더 이상 이곳에 미련을 두지 않도록."
강 회장은 도윤을 향해 다가섰다.
"이제 선택해라.
회사를 택할 거냐, 아니면 그 아이를 택할 거냐."
도윤은 조용히 웃었다.
"강 회장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강 회장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뭐라고?"
"우리 기업이 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뭡니까?"
도윤은 한 걸음 다가서며 강 회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돈과 권력 때문입니까? 아니면 기업의 가치와 비전 때문입니까?"
강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금 오로지 '승계'만을 생각하고 계세요.
하지만 기업이란 건 단순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으로 운영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필요하고, 비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신뢰가 필요합니다."
도윤은 차갑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가 하고 계신 일은, 이 회사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에요."
"……."
"사람들이 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아들이 원하지도 않은 결혼을 강요하고,
그 결혼이 위협이 되니까 언론 플레이로 없애려고 한다면."
도윤은 천천히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강 회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결정?"
"이제 더 이상 이 싸움을 이어가지 않겠습니다."
도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회사를 떠나겠습니다."
강 회장의 표정이 단단하게 굳었다.
"뭐라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할게요."
도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후계자 자리, 포기하겠습니다."
강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다시 계산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
"저를 내리고 싶어서 이 모든 걸 꾸미셨잖아요."
도윤은 냉정하게 웃었다.
"그럼 원하는 걸 얻으셨네요. 이제 더 이상 소은 씨를 건드릴 이유가 없겠죠?"
강 회장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윤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을 겁니다."
"……."
"제 방식대로 살아보려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강 회장을 노려보고, 천천히 돌아섰다.
강 회장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윤은 그렇게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