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서로를 향한 그리움

24화: 서로를 향한 그리움

1. 소은, 꿈을 이루다

파리의 가을은 유난히 낭만적이었다.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물들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파리의 중심부, 마레 지구의 한 아뜰리에.

소은은 그곳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우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그녀의 작업실은 늘 분주했다.

재봉사가 원단을 다듬고, 보조 디자이너들이 컬렉션 작업을 돕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드레스 스케치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소은, 이번 패션쇼 컬렉션이 드디어 메인 무대에 올라가게 됐어!”

비서인 리사 마리가 기쁜 표정으로 달려왔다.

소은은 살짝 미소 지으며 스케치를 넘겼다.

“그럼 일정 다시 한번 체크해야겠네요.”

“이제 정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거야! 우리 브랜드도 엄청 유명해졌고!”

“아직 멀었어요.”

소은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눈빛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에 온 후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그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 한편에는 늘 묵직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것이 꿈꿔온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밤늦게까지 작업을 마친 후,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아파트.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그녀의 집은 완벽했지만, 유독 공허했다.

창가에 앉아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그녀는 문득 핸드폰을 들었다.

오랜만에 한국 뉴스를 검색했다.

"강도윤, 창립 3년 만에 기업 가치 1조 원 돌파"

소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 이름.

여전히 익숙한,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먼 사람.

2. 도윤, 새로운 길을 걷다

서울의 밤,

강 회장의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난 지 몇 년이 흘렀다.

이제 도윤은 자신의 회사 ‘DY 그룹’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며,

기업가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최고층에 위치해 있었고,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비서가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대표님, 오늘 투자 미팅이 3건 더 있습니다. 마감 전까지 검토하셔야 합니다.”

도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에 집중하며, 회사 성장에만 몰두했다.

강 회장의 회사를 떠나면서,

그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위치에 섰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지키지 못한 사람.

회의를 마친 후, 도윤은 창가에 서서

멀리 서울 하늘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그녀의 이름을 검색할까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화면을 꺼버렸다.

그녀의 삶을 괜히 흔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행복한지조차 알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

3. 두 사람, 서로를 떠올리다

파리

소은은 한밤중,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겠지.

가끔은 상상했다.

만약 그때 이별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아침이면 함께 식사를 하고,

퇴근 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그런 삶.

그러나 그건 허락되지 않은 꿈이었다.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났으니까.

눈을 감으면,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러내릴까 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울

도윤은 혼자 사무실을 나섰다.

차를 몰아 익숙한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문득,

예전에 소은과 함께 갔던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

문득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은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웃던 얼굴.

그녀의 작은 손,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아 떠났다.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녀를 다시 만날 용기가 있을까.

그러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5화: 두 번째 인생, 그리고 진짜 사랑

25화: 두 번째 인생, 그리고 진짜 사랑

서울의 한 고급 레스토랑,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 공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