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두 번째 인생, 그리고 진짜 사랑

25화: 두 번째 인생, 그리고 진짜 사랑

서울의 한 고급 레스토랑,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코 한 여성, 소은이었다.

고급스러운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고, 자연스럽지만 세련된 웨이브가 더해진 머리카락,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단호한 눈빛.

그녀는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대표로 자리 잡은 성공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레스토랑 한쪽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강도윤.

몇 년이 흘렀어도 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분위기와 완벽한 슈트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소은이 그를 본 순간 느낀 것은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깊은 감정이었다.

그 역시 변해 있었다.

과거보다 더 단단해진 사람.

그러나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그대로였다.

1. 재회

소은은 차분한 걸음으로 도윤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이에요, 도윤 씨."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소은은 자연스럽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유로운 태도였지만, 사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를 마주하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

도윤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 빚을 갚으러 왔다

소은은 천천히 가방에서 한 장의 수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이 갚아준 빚, 이제 제가 갚으러 왔어요."

도윤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녀가 일부러 이런 형식적인 대화를 시작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빚’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그때 당신이 저를 지켜줬죠. 이제 저도 당신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은은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녀는 이미 결정한 상태였으니까.

3. 보고 싶었다

소은은 손끝으로 잔을 가만히 만지며 덧붙였다.

"그리고… 보고 싶었어요."

그녀의 솔직한 한 마디에 도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몇 년 동안 숨겨왔던 감정을 담담하게 꺼내놓는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예전의 소은이 아니었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여성이 되어 있었다.

도윤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를 보내고 난 후에도,

한 번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4. 두 번째 계약

"두 번째 계약을 하죠."

그녀의 농담 섞인 목소리에 도윤이 미간을 좁혔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이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서,

도윤의 입가에는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소은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 계약이 아니라, 진짜 사랑으로 다시 시작해요."

5. 다시 함께하는 길

도윤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번 계약 조건은 뭔가요?"

소은은 미소를 지었다.

"조건은 하나뿐이에요. 다시는 서로를 놓지 않을 것."

도윤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서로를 선택했다.

과거에는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이번에는 오직 사랑으로 이어질 관계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진짜 사랑을 위한 두 번째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