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빛을 쏟아내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은 윤이 났다.
웅장한 저택의 현관, 강도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마치 그의 무거운 짐을 형상화하는 듯했다.
그는 이 화려함 속에서 오히려 더욱 고독을 느꼈다.
이 집은 그에게 안식처가 아닌, 끊임없는 고통과 갈등의 근원지였다.
도윤의 기억 속 가장 깊은 곳에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정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웃었던 기억,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품,
그것들은 도윤에게 유일한 행복의 기억이었다.
어머니는 도윤에게 세상의 전부였고,
그의 작은 세상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도윤이 열 살 되던 해, 어머니는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죽음은 도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의 삶은 그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저택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슬픔에 잠긴 도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 것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듯
갑자기 나타난 새어머니와 그녀의 두 아들이었다.
도윤은 그들을 보는 순간, 낯선 감정에 휩싸였다.
아버지의 태도 또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새어머니에게 다정했고, 그녀의 아들들에게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윤은 아버지의 변한 모습에 큰 혼란을 느꼈다.
어린 도윤은 새어머니와 이복 형제들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그들의 존재는 그에게 끊임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새어머니는 겉으로는 친절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도윤을 차갑게 대했다.
그녀의 두 아들들은 도윤을 무시하고 괴롭혔다.
도윤은 집 안에서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윤은 우연히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에는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점점 악화되는 건강에 대해 적어놓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도윤은 일기장을 읽으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병을 얻게 된 것은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던 것이다.
어린 도윤은 그 사실을 알고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진실을 따져 물었지만, 아버지는 냉정하게 모든 것을 부인했다.
오히려 도윤을 나무라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버지의 냉담한 태도는 도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그는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깊은 원망을 품게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후, 도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스캔들을 만들며 아버지의 속을 끓였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이자, 동시에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싶어 했다.
그의 내면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고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는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클럽의 화려한 조명 아래, 도윤은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고통의 메아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그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의 비서였다.
"회장님께서 긴급히 찾으십니다. 지금 즉시 본가로 와주십시오."
비서의 딱딱한 목소리에 도윤은 짜증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클럽을 나섰다.
저택에 도착하자, 아버지의 서재로 안내되었다.
서재 안에는 차가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고, 도윤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네 녀석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도윤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된 모습이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건 제가 꼭두각시처럼 아버지 뜻대로 움직이는 거겠죠."
"시끄럽다! 네 녀석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오도록."
아버지의 말에 도윤은 더욱 반항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절망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길어지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력 앞에 무력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어떤 쇼를 벌이실 생각이십니까?"
도윤은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
아버지는 잠시 도윤을 노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해라. 너와 수준이 비슷한 아무나 만나서 결혼하고 어서 이 집에서 나가라. 네 몫은 챙겨줄 테니 더 이상 내 눈에 띄지 마라."
아버지의 말은 도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저 쫓아내야 할 존재,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아버지에게는 흠집이었고,
이제는 결혼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 흠집을 가리려 하는 것이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그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저와 수준이 비슷한 아무나… 라뇨?"
도윤은 차갑게 되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래. 네 녀석 수준에 맞는 여자 아무나 붙잡고 결혼해서 어서 이 집에서 나가라.
더 이상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아버지의 냉정한 말에 도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절망과 함께 차가운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철저히 외면당했고, 그의 존재는 완전히 부정당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져 그를 완전히 집어삼킬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