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각자의 그림자 속에서

3화: 각자의 그림자 속에서

소은은 텅 빈 방 한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며칠 전 고시원 주인에게 받았던 퇴거 명령서는 구겨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짐 가방은 이미 싸여 있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눈앞은 캄캄했고, 현실은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얇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잿빛으로 흐려져 있었다.

마치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반영하는 듯했다.

부모님의 사고 이후, 소은의 삶은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빚은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세상은 그녀에게 냉정하기만 했다.

그녀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지만,

빚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에는 희망 대신 절망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져 그녀를 짓눌렀다.

소은은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녀의 꿈이 담긴 그림들이 그녀를 위로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림 속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들은 지금 그녀의 처지와 너무나 동떨어져 보였다.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그녀에게는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덮고 다시 웅크렸다.

그녀의 방은 그녀의 그림자를 닮아 더욱 좁고 어둡게 느껴졌다.

그녀는 방 한구석에 놓인 낡은 액자를 바라보았다.

액자 속에는 부모님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있었다.

그 행복했던 순간은 이제 아득한 과거의 기억이 되어 있었다.

며칠 후, 소은은 마지막으로 남은 돈을 털어 작은 빵 몇 개를 샀다.

그것은 당분간 그녀가 먹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공원 벤치에 앉아 빵을 먹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미래는 짙은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불확실했다.

그녀의 그림자는 더욱 길게 늘어져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마치 세상에서 버려진 그림자처럼 외롭고 불안했다.

찬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편, 강도윤은 고급 외제차를 몰고 도심의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그의 마음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와의 냉랭한 관계,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진실,

그리고 아버지의 강요로 맞이하게 될 결혼. 모든 것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의 삶은 화려해 보였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그림자처럼. 그는 운전대를 더욱 꽉 쥐었다.

그의 눈빛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고, 그의 마음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도윤은 클럽에 도착하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기운에 기대어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싶었다.

하지만 술은 그의 고통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끊임없이 술잔을 채웠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독과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마치 어둠 속을 헤매는 그림자 같았다.

그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다시 꺼내 읽었다.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글씨체는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는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어머니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꽉 쥐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윤은 클럽을 나와 밤거리를 걸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심의 불빛 때문에 별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그림자에 갇힌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목적지 없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소은과 도윤은 각자의 그림자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삶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직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엇갈린 발걸음은 언젠가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될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들의 만남은 각자의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은, 짙은 어둠만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는 서로 스쳐 지나갈 뿐, 아직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다.

4화: 어쩌면 인연일까

4화: 어쩌면 인연일까

소은은 며칠째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고시원에서 쫓겨난 후, 그녀가 기댈 곳은 단돈 몇 천 원으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찜질방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