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과거의 흔적

2화: 과거의 흔적

“이현우, 제 이름은 이현우 입니다.”

“네? 아... 이름이요...”

뜻밖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의 통성명에 살짝 당황하는 수연이다.

‘뭐지..?’

“그쪽은 성함이...?”

“아, 저요? 저는 최수연 입니다. 최수연”

남자가 뭔가를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눈치다.

“무용수인지 물어보셨죠?... 뭐, 한때는...”

다행히도 수연의 질문을 잊지 않은 듯한 그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한때요?”

“이제는 아니니까.”

그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수연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 그리고 그의 움직임에서 과거에 대한 미련과 상처가 엿보였다.

현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춤, 좋아하세요?”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네. 좋아해요.”

그 말이 입에서 나오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오래전, 춤을 사랑했던 그 시절의 자신이 떠올랐다.

현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좋아하면서도 하지 않는 건… 더 고통스러울 텐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이 도시의 불빛 속으로 사라졌다.

수연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좋아하면서도 하지 않는 건… 더 고통스러울 텐데요.’

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는 여태까지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춤을 좋아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을.

밤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오랜만에 뜨겁게 뛰고 있었다.

퇴근 후의 거리는 낮보다 더 활기찼다.

사람들은 하루의 피로를 잊으려는 듯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최수연에게는 그저 소음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 사람, 이현우의 모습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날 밤, 그의 춤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각이 잊히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그의 몸짓이 만들어낸 완벽한 선율,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남긴 말.

‘좋아하면서도 하지 않는 건… 더 고통스러울 텐데요.’

그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그날 이후 수연은 줄곧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왜 춤을 포기했을까?’ 단순히 부모님의 기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을 핑계 삼아 자신의 열정을 억눌러 온 걸까?

결국 그녀는 같은 장소를 찾아갔다.

다시 한 번 그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과 함께.

광장은 여전히 북적였지만, 그날처럼 그의 춤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작은 물병을 쥐고 있었다.

공연을 마친 후였는지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이현우 씨.”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나타난 그녀를 보며 살짝 놀라는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또 보네요.”

수연은 그의 차가운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퇴근하는 길에 들러봤어요.”

현우는 물병을 손에 쥔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그럼, 무슨 일로?”

“그냥… 궁금해서요. 왜 거리에서 춤을 추는지.”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춤이 좋으니까요.”

“그렇다면 무대에서도 계속 출 수 있었을 텐데.”

현우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그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세상일이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수연은 그의 대답에서 아련한 아쉬움을 읽었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춤을 사랑하잖아요. 무대가 아니어도 계속 춤을 추는 걸 보면.”

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랑하는 것과 계속할 수 있는 건 다르죠.”

수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궁금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냥 당신의 춤을 볼 수 있을까요?”

현우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사람이네요. 알겠어요.”

그는 다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광장을 채운 사람들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는 듯, 오롯이 춤에 집중했다.

수연은 그의 몸짓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춤에는 과거의 흔적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이제는 그 흔적을 마주 보고 싶다고.

그리고… 어쩌면 그녀 자신도 다시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른다고.

3화: 춤을 가르쳐 주세요

3화: 춤을 가르쳐 주세요

늦은 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공원. 인적이 드문 이곳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달을 향해 춤추다"" 에피소드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