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춤을 가르쳐 주세요

3화: 춤을 가르쳐 주세요

늦은 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공원.

인적이 드문 이곳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고,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빛이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최수연은 두 손을 꼭 쥔 채 공원 입구에 서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했다.

“늦었네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연이 고개를 들자, 이현우가 벤치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늘 그렇듯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시선에는 어딘가 묘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수연은 조심스럽게 걸어가 그의 앞에 섰다.

“현우 씨.”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죠?”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저… 춤을 배우고 싶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현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었다.

“춤을?”

수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풀며 말했다.

“네. 가르쳐 주세요.”

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왜요?”

“난 더 이상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어딘가 피곤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수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배우고 싶어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에요.

춤을 추면서 잊고 있던 무언가를 되찾고 싶어요.”

현우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었다.

진심이었다. 그가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는 것처럼,

그녀 역시 한때 사랑했던 춤을 잊고 살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이에요?”

수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다시 춤을 추고 싶어요.”

현우는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엄격해요. 그리고 후회할지도 몰라요.”

수연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후회 안 해요.”

그는 한숨을 쉬며 가로등 아래로 걸어갔다.

“그럼 따라와요.”

수연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공원의 넓은 광장 한쪽, 아무도 없는 공간이었다.

“자, 시작해 봅시다.”

수연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그의 앞에 섰다.

현우는 휴대폰에서 음악을 틀었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공원에 울려 퍼졌다.

“기본 스텝부터 해요.”

그는 천천히 발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동작을 보여주었다.

수연도 따라 하려 했지만, 몇 년간 굳어버린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두세 번 발을 헛디디며 멈춰 섰다.

“괜찮아요.”

현우가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수연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전신으로 퍼지는 듯했다.

“힘을 빼고, 음악을 느껴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수연은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움직였다.

그의 손길을 따라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발끝에서부터 흐르는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좋아요.”

현우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이끌었다.

두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움직였다.

수연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 감각이 낯설면서도 너무나 익숙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춤이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이 담겨야 하고,

감정이 흘러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그녀의 마음은, 다시 춤을 추고 싶다고,

다시 그 설렘을 느끼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두 사람은 천천히 멈춰 섰다.

수연은 숨을 고르며 현우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현우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이에요.”

수연은 웃었다.

그렇다.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4화: 다시 뛰는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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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바쁘게 흘러갔다. 최수연은 알람 소리에 잠을 깨자마자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거울 속에 비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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