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잃어버린 시간

12화: 잃어버린 시간

윤재희가 밝은 얼굴로 다가와 윤이나의 손을 잡았다.

“언니, 정말 괜찮아? 갑자기 연락도 없이 사라지고… 걱정했잖아.”

이나는 동생의 손을 꼭 잡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깨닫고 있었다.

‘재희는 살아남았어.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손목에 새겨졌던 문양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 그리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언니?”

재희의 부름에 이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재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리하지 마. 언니, 요즘 좀 이상해 보여.”

이나는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동생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지만, 이제는 그 곁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카페 한쪽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서재현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문양을 끊어냈군요.”

재현은 조용히 걸어와 그녀의 앞에 섰다.

그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이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 동생을 살렸으니까요.”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낮게 말했다.

“그 선택으로 당신은 이제 시간이 멈춘 사람이 됐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이 세계의 흐름과 맞지 않게 되었어요.”

이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간이… 멈췄다고요?”

재현은 그녀의 손목을 가리켰다.

“당신의 시간은 이제 이곳과 다르게 흐를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늙고 변해가지만, 당신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게 되죠.”

이나는 그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럼… 나만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당신이 선택한 대가입니다. 문양을 끊어내면서 당신의 영혼은 시간의 흐름과 분리됐습니다.”


윤재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 무슨 얘기야? 무슨 시간이 멈췄다는 거야?”

이나는 동생의 얼굴을 보며 눈물이 고였다.

‘내가 지켜낸 건 재희의 삶이지만, 이제 재희와 함께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겠지.’

그녀는 손을 내밀어 재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꿈 같은 얘기일 뿐이야.”

하지만 재희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언니, 뭔가 숨기고 있지? 그동안 많이 달라졌어. 예전엔 이렇게 우울한 얼굴을 한 적이 없었잖아.”

이나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재희에게 모든 진실을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해.’


재현은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말을 이었다.

“윤이나 씨.”

이나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이제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간이 멈춘 당신은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이나는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그럼… 내가 이제 뭘 해야 하죠?”

재현은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

“당신은 여전히 죽음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강요되는 계약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이나는 그의 말을 듣고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문양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죽음을 조율한다고요…?”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당신이 선택한 길은 사람들에게 고통 없는 마지막을 선물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윤재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봤다.

“언니… 괜찮은 거지?”

이나는 재희를 꼭 안으며 속삭였다.

“그래. 난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간은 이미 이 세계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윤이나는 재희를 꼭 껴안으며 다짐했다.

‘이제 내가 선택한 모든 길은 내 책임이야.’


재현은 마지막으로 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새로운 중개자가 됩니다. 하지만 당신의 방식대로 하세요.”

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내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해볼게요.”


13화: 떠나는 자와 남는 자

13화: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윤재희가 밝은 얼굴로 다가와 윤이나의 손을 잡았다. “언니, 정말 괜찮아? 갑자기 연락도 없이 사라지고… 걱정했잖아.” 이나는 동생의 손을 꼭 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