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예고된 위기

2화: 예고된 위기

이나는 휴대전화가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도 잊고 얼어붙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들은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윤이나 씨, 대출 연체로 인해 남은 금액이 약 3억 원입니다.”

“3억…?”

믿을 수 없었다.

이나는 평생 그런 큰돈을 본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런 빚을 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상속된 채무라 처리 시점이 지났습니다.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갑니다.”

“상속이라뇨? 제가 상속받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나는 절박하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윤이나 씨의 아버지가 남긴 빚입니다. 이미 법적으로 처리된 상태라 변동은 어렵습니다.”

그 순간, 이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버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이었다.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가셨다고?’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평화롭던 일상이 단숨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밤이 깊었지만 이나는 잠들지 못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 안에서 그녀는 빈 잔을 들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3억 원이라니… 어떻게 갚아야 하지? 카페를 팔아도 턱도 없을 거야.’

마음속에 점점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힌 건 낮에 카페에 나타났던 남자, 서재현이었다.

‘죽음을 거래한다고 했지. 그런데 그가 왜 나를 찾아온 거지?’

그때였다.

문득 카페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뒤로 낯익은 그림자가 보였다.

“설마…”

이나가 고개를 돌리자, 카페 문이 천천히 열리며 재현이 나타났다.

그는 낮과 똑같은 차림새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왔다.

“다시 찾아온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무게감이 있었다.

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 내 빚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재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드디어 당신이 내 말을 믿기 시작했군요.”

“믿은 게 아니라, 이상한 일이 벌어졌으니까 묻는 거예요.”

이나는 손을 꽉 쥐며 물었다.

“대답해요. 내 빚이랑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죠?”

재현은 카페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의 차분한 모습이 오히려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빚은 당신에게 상속된 겁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죠.”

이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걸 내가 왜 갚아야 하죠? 난 아무것도 받은 게 없어요!”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그 빚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그의 눈동자가 깊게 빛났다.

“저와 거래를 하시죠.”


이나는 숨을 삼키며 그를 바라봤다.

“거래요?”

“예. 당신이 내 일을 돕는다면, 그 빚을 제가 없애드리겠습니다.”

재현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검은 종이가 나타났다.

그 종이에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이건…”

이나가 종이를 바라보자 재현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날짜와 시간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예언이 아닙니다. 이건 이미 정해진 죽음의 목록이에요. 난 그 죽음을 관리하는 중개자일 뿐이고요.”

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미리 안다고요?”

“예. 당신이 이 거래에 협력하면 알게 될 겁니다. 내가 어떻게 그 죽음을 조율하는지.”

이나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이 전부 미친 소리처럼 들렸지만, 왠지 모르게 진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가 당신을 돕는다면, 정말 제 빚을 없앨 수 있는 거예요?”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게 우리의 거래 조건이니까요.”

하지만 이나는 아직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당신이 대체 뭘 원하는 거죠? 왜 하필 저를 찾아온 건데요?”

재현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건 당신이 곧 알게 될 겁니다. 왜 내가 당신을 선택했는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페 안의 공기가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나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서 있음을 직감했다.

3화: 계약의 문 앞에서

3화: 계약의 문 앞에서

이나는 두 손을 꽉 쥔 채 재현을 바라봤다. 카페 안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고, 그의 제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음을 거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