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계약의 문 앞에서

3화: 계약의 문 앞에서

이나는 두 손을 꽉 쥔 채 재현을 바라봤다.

카페 안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고, 그의 제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음을 거래하는 중개자라니… 믿어도 되는 걸까?’

그는 분명 자신이 가진 빚을 없애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가로 죽음을 거래하는 일에 협력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분명히 말해요.”

이나는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단호하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돕길 바라는 거죠?”

재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카페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는 조용한 시골 카페입니다. 평화롭고 고요하죠. 하지만 곧 이곳에도 죽음을 맞이할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뭐라고요?”

재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을 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세요.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맞이하게끔 유도하세요. 당신은 단순히 대화만 나누면 됩니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죠.”

이나는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유도하라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재현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정해져 있는 일입니다. 나는 그 죽음을 앞당기거나 조율할 뿐이에요.”

그의 태연한 말에 이나는 치가 떨렸다.

“그건 살인이에요.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일이라고요!”

그러나 재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정해진 운명을 조율하는 걸 살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건 핑계예요.”

이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그걸 운명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잖아요.”

재현은 그녀의 반응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윤이나 씨.”

그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당신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보세요. 3억 원이라는 빚을 당신 혼자서 갚을 수 있습니까?”

이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이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래도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일은 못 해요.”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그가 손을 뻗자 허공에 또 한 장의 검은 종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종이 위에 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강도영 – 2025년 2월 18일’

이나는 그 이름을 읽고 깜짝 놀랐다.

“강도영…?”

“알고 있나요?”

“네. 그 사람은 제 단골 손님이에요.”

강도영은 이나의 카페에 자주 들르는 마을 주민이었다.

평소에 친절하고 밝은 성격이라 그녀와 대화도 자주 나누던 사람이었다.

“그가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재현은 종이를 그녀 앞으로 밀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말이죠.”

이나는 손을 떨며 종이를 바라봤다.

“그게… 사실이에요?”

“사실입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죽음을 조율한다면, 그의 인생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어요. 내가 제공하는 거래는 그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돕는 겁니다.”

이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제가 당신을 돕지 않으면… 강도영 씨는 어떻게 되죠?”

재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고통스럽게 죽게 될 겁니다. 사고일 수도 있고, 병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가 맞이할 죽음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이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재현의 제안이 불길하고 끔찍하게 들렸지만, 동시에 현실적이었다.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거래를 하죠?”

이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죽음을 이용해서 뭘 얻으려는 거예요?”

재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죽음을 다스리는 자입니다. 나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의 죽음을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목적을 이루는 거죠.”

“그 목적이 뭐예요?”

재현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찾고 있는 답입니다.”

이나는 그의 말에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단순히 죽음을 거래하는 중개자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훨씬 더 깊고 위험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니 선택하세요, 윤이나 씨.”

재현은 그녀에게 종이를 다시 내밀며 말했다.

“강도영 씨의 죽음을 내가 조율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두고, 그가 고통 속에 죽게 놔두겠습니까?”

이나는 종이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거래를 받아들이면, 난 사람들의 죽음에 관여하게 돼. 하지만 거절하면, 그들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겠지.’

재현은 그녀의 망설임을 지켜보며 속삭였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선택하세요.”


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 강도영이 서 있었다.

“윤이나 씨! 오늘도 커피 한 잔 부탁드려요!”

이나는 강도영을 바라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환한 미소가 비수처럼 그녀의 마음을 찔렀다.

‘이 사람의 죽음이 정해져 있다고…?’

강도영은 밝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나는 재현을 쳐다보았다.

“선택하라면서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제가 선택하겠어요.”

4화: 첫 번째 선택

4화: 첫 번째 선택

“그럼… 제가 선택하겠어요.” 윤이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결단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재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말대로, 죽음이 이미 정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