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새로운 중개자의 등장

7화: 새로운 중개자의 등장

윤이나는 재현의 경고에 몸이 굳었다.

“다른 중개자들이요? 그게 무슨 뜻이죠?”

재현은 창밖 어둠을 바라보며 눈을 좁혔다.

그의 표정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죽음을 조율하는 중개자는 나 혼자가 아닙니다. 이 세계엔 나와 같은 자들이 더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다스리고 있죠.”

이나는 그의 설명에 혼란스러웠다.

“그럼 그들이 왜 저를 찾아오는 거예요?”

재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이제 내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엔 당신이 우리 거래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는 위험 요소로 보일 겁니다.”

“위험 요소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 내가 더 많은 죽음을 조율할 수 있게 되죠. 그건 곧 다른 중개자들에게 위협이 됩니다.”

이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목의 문양을 쓸어보았다.

그 문양은 그녀의 심장 박동에 맞춰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이 문양 때문에 나까지 위험해진 거야.’

그때, 카페 문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바깥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들어왔고, 이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설마…”

그녀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자, 낯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가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끈 것은 그의 눈이었다.

차갑고 텅 빈 듯한 회색 눈동자.

남자는 카페 안으로 천천히 들어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서재현.”

낯선 남자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군.”

재현은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하진우.”

이나는 두 남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두 분… 아는 사이세요?”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나와 같은 중개자입니다. 하지만 방식이 다르죠. 그는 내가 조율하는 죽음을 싫어해요.”

하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죽음을 앞당기고 거래하는 건 인간의 삶을 조롱하는 짓이니까.”

그는 이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이 여자가 네 새로운 파트너인가? 흥미롭군.”

이나는 하진우의 차가운 시선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당신은… 왜 여기까지 온 거죠?”

하진우는 이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왜 왔을까? 아마도, 널 구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구한다고요?”

이나가 당황한 얼굴로 묻자, 하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계약은 돌이킬 수 없는 저주야. 넌 지금 죽음을 조율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너 자신이 죽음의 덫에 걸리게 될 거다.”

그의 말에 이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주라니…”

하진우는 손을 들어 이나의 손목 문양을 가리켰다.

“그 문양은 단순한 계약의 증표가 아니야. 그건 네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는 증거지.”

이나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문양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다고요…?”

하진우는 그녀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오며 말했다.

“이 계약을 통해 네가 사람들의 죽음을 조율할수록, 너는 점점 더 죽음에 가까워질 거야. 결국 네가 마지막으로 조율하게 될 죽음은 네 자신의 죽음이 될 거다.”

그의 말에 이나는 아찔함을 느꼈다.

‘내 죽음이… 내가 마지막으로 조율할 죽음이라고?’

그때, 재현이 나섰다.

“그만해라, 하진우.”

재현은 하진우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항상 죽음을 지나치게 신성시한다. 하지만 죽음은 단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하진우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웃기지 마라. 네가 원하는 건 죽음을 이용해서 권력을 쥐는 것뿐이잖아.”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나를 막을 방법이 있나?”

하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나를 향해 말했다.

“네가 그와 함께 계속 이 길을 걷는다면, 결국 네가 원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다. 아직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나는 그의 말을 듣고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와 함께하면 내가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재현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의 말을 믿지 마세요.”

이나는 재현을 바라봤다.

“그럼… 당신이 하는 말이 다 맞는 거예요?”

재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 세계엔 선악의 구분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죠.”

하진우는 마지막으로 경고하듯 말했다.

“잘 생각해라, 윤이나. 죽음은 결코 거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그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하진우가 떠난 후, 이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이에요?”

재현은 그녀의 손목 문양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직접 선택하고, 진실을 확인하세요. 모든 답은 당신이 찾게 될 겁니다.”

이나는 손목의 문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선택이… 정말 옳은 걸까?”

8화: 죽음의 무게

8화: 죽음의 무게

윤이나는 하진우가 남긴 경고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마지막으로 조율할 죽음은 네 자신의 죽음이 될 거다.’ 그 말은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