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는 하진우가 남긴 경고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마지막으로 조율할 죽음은 네 자신의 죽음이 될 거다.’
그 말은 그녀의 심장을 옥죄는 것 같았다.
한적한 카페 안, 커피 향도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안정시키지 못했다.
“내가… 죽음을 거래하면서 결국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이나는 손목의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문양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불길한 기운이 맴도는 듯했다.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
그때, 재현이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앞에 섰다.
“그가 한 말이 신경 쓰이는군요.”
이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진우… 그는 왜 그렇게까지 말한 거죠? 당신을 막으려고 하는 건가요?”
재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는 항상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했어요. 그래서 죽음을 조율하는 나와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는 저를 구하려고 한 것처럼 보였어요. 그 말이 전부 거짓은 아닌 거 같아요.”
재현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제 손목의 문양… 이게 정말 제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건가요?”
재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건 당신이 선택한 거래에 따라 달라집니다. 당신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한다면, 그 문양은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이나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내 선택에 달린 거야.’
그날 밤, 이나는 다시 문양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에 또 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윤재희…?’
그 이름을 보고 이나는 눈을 크게 떴다.
“윤재희…?”
그건 그녀의 여동생 이름이었다.
“설마… 재희가…?”
이나는 숨이 가빠지며 손목을 움켜쥐었다.
문양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그건 곧 윤재희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재희는 아직 젊고 건강한데…”
그러나 그녀의 손목에 새겨진 문양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재현이 나타났다.
“윤재희… 당신의 동생이군요.”
이나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이건… 실수죠, 그렇죠? 재희는 죽을 리 없어요!”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나이도, 건강 상태도 중요하지 않죠. 정해진 죽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걸 바꿀 수 있어야 해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내가 죽음을 조율할 수 있다고.”
재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당신이 죽음을 조율한다는 건 단순히 살리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고통 없이, 후회 없이 떠나도록 돕는 것이죠.”
이나는 두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
“아니요. 이번엔 다르게 할 거예요. 난 재희를 절대 죽게 두지 않을 거예요!”
이나는 곧장 윤재희의 집으로 향했다.
밤늦은 시각에도 불이 켜져 있었고, 재희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언니?”
재희는 이나를 보고 반갑게 일어섰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이나는 동생의 밝은 얼굴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밝은 아이가 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재희에게 다가갔다.
“그냥… 너 보고 싶어서.”
재희는 웃으며 이나의 손을 잡았다.
“언니, 갑자기 왜 이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이나는 동생의 손을 꽉 잡고 물었다.
“재희야, 요즘 힘든 일은 없어?”
재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나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래? 언니가 더 걱정돼 보이는데.”
이나는 눈을 감았다.
‘이런 아이가… 정말 죽게 된다고?’
그때, 재현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조율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올 겁니다.”
이나는 주먹을 꽉 쥐고 속삭였다.
“난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