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퇴근 후 홀로 앉아 있는 원룸의 작은 소파, TV는 켜져 있었지만,
지민은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하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푸석푸석한 얼굴, 질끈 묶은 머리, 그리고 한숨.
"아… 심심해."
친구들은 하나둘 연애를 시작하고,
SNS엔 행복한 연인들의 사진이 넘쳐났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텅 빈 마음이 더 공허해졌다.
따뜻한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아니, 그냥 가벼운 대화라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SNS 피드에 익숙하지 않은 광고가 떴다.
"당신의 운명적인 상대를 찾아드립니다. 단, 단 한 번의 매칭만 가능합니다."
페이트(FATE).
이름부터 묘하게 끌렸다.
최근 유행하는 매칭 앱인 것 같았지만,
후기를 찾아봐도 이상하리만큼 정보가 없었다.
설치 수는 많지 않았고, 몇 개의 리뷰만 남아 있었다.
- "믿기 어렵겠지만… 저는 여기서 정말 사랑을 찾았어요."
- "매칭 확률 99%? 처음엔 거짓말 같았는데… 직접 해보세요."
- "한 번 매칭되면 절대 바꿀 수 없어요. 신중하세요."
"뭐야, 이거?"
대부분의 매칭 앱들은 원하는 상대를 여러 명 고를 수 있고,
대화할 기회도 많았다.
그런데 이 앱은 단 한 번의 매칭만 허용된다니. 이상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지민은 고민했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했다.
앱을 실행하자, 어둡고 우아한 디자인의 화면이 떴다.
일반적인 가입 화면과는 달랐다.
이메일 입력이나 휴대폰 인증 같은 절차 없이, 화면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 떠 있었다.
"마법을 믿으십니까?"
“…뭐야, 이거?”
어딘가 장난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
별 의미 없는 질문일 거라 생각하며 지민은 **‘예’**를 눌렀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순간적으로 빛났다.
번쩍! 순간적인 착각인가 싶어 화면을 다시 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이어서 흘러나온 부드러운 기계음.
[당신의 운명적 연결을 찾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의 선들이 움직이며
마치 실타래가 엉키듯 연결되었다가 퍼지는 애니메이션이 반복되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몇 초 후—
[완벽한 매칭이 성사되었습니다.]
지민은 놀랐다. 이렇게 빨리?
다른 앱에서는 프로필을 설정하고 여러 명의 상대 중 선택하는 과정이 있는데,
여기선 단 한 번의 검색으로 매칭이 끝났다.
화면에는 매칭된 상대의 아이디가 떠 있었다.
[마법을 믿어?]
“…뭐지?”
프로필 사진 없음.
간단한 자기소개도 없었다.
단지 아이디만 덩그러니 떠 있을 뿐이었다.
설렘과 의심이 뒤섞인 채 지민은 조심스럽게 첫 메시지를 보냈다.
지민: 안녕하세요?
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마법을 믿어?: 안녕. 드디어 만났네.
지민은 순간 움찔했다.
‘드디어’라니? 마치 자신을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 말하는 상대.
지민: 드디어라니요? 우린 처음 매칭된 거 아닌가요?
마법을 믿어?: 처음이지만, 처음 같지 않지 않아?
그 말을 보자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뭐야, 이 분위기?”
문장 몇 개만으로 신비한 기운을 풍기는 상대.
보통의 랜선 대화라면 가벼운 자기소개나 취미 이야기부터 시작할 텐데,
이 사람과의 대화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지민: 음… 그런데 프로필 사진도 없고, 소개도 없네요. 너무 정보가 없어서… 좀 신기해요.
마법을 믿어?: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연결이야.
지민: 연결이요?
마법을 믿어?: 응. 우리, 연결될 운명이니까.
지민은 무의식적으로 심장을 손으로 눌렀다.
이건, 뭐지? 왜 이렇게 말에 끌리는 거지?
지민: 운명이라니, 너무 로맨틱한 말 아닌가요?
마법을 믿어?: 로맨틱한 게 아니라, 사실이야.
지민: …정말요?
그 순간, 상대가 잠시 타이핑을 멈춘 듯 했다.
몇 초간의 정적 후, 한 줄의 메시지가 천천히 올라왔다.
마법을 믿어?: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 만날 수는 없어.
“…뭐?”
그 말에 지민은 당황했다.
지민: 왜요?
마법을 믿어?: 그냥, 만나면 안 돼.
지민: 그런 게 어딨어요?
마법을 믿어?: 하지만, 넌 나를 기억하게 될 거야.
대답할 새도 없이, 상대는 **‘잠시 후 다시 올게.’**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지민은 황당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드는 걸까?
어쩐지, 그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법을 믿어?**란 사람을 좀 더 알고 싶었다.
지민은 휴대폰을 꼭 쥐고, 상대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