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기묘한 만남

2화: 기묘한 만남

며칠 동안 지민은 ‘마법을 믿어?’와의 대화에 푹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심심해서 시작한 랜선 대화였지만,

상대의 말투와 분위기가 묘하게 끌렸다.

가벼운 농담도 섞여 있었지만, 가끔씩 그가 던지는 말들은 깊이가 있었다.

마법을 믿어?: 너는 어떤 운명을 믿어?

지민: 운명이라…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영화처럼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좀 두려울지도?

마법을 믿어?: 왜?

지민: 선택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제 인생을 제가 결정하고 싶어요.

마법을 믿어?: 하지만 때로는, 운명이 우리를 먼저 선택하기도 해.

지민은 문득, 이 대화가 단순한 연애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이면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마법을 믿어?: 오늘은 어떤 하루였어?

지민: 평범한 하루요. 일하고, 집 오고, 누워 있고… 아, 도서관도 갔다 왔어요.

마법을 믿어?: 도서관?

지민: 네, 오랜만에 책 좀 빌리려고요. 근데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마법을 믿어?: 어떤?

지민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도서관은 조용했다.

지민은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서가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묘한 시선을 느꼈다.

얼굴을 살짝 돌리자, 몇 미터 앞에서 한 남자가 책을 꺼내며

슬쩍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느낌.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인상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지민의 휴대폰이 가볍게 울렸다.

[운명의 상대 근처입니다.]

"…뭐야?"

지민은 깜짝 놀라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페이트(FATE) 앱이 알림을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남자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는 이미 조용히 돌아서서 도서관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민은 본능적으로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민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무언가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에 ‘로맨스 피싱’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보았다.

‘혹시나 가짜 계정이면 어쩌지?’

요즘 SNS와 랜선 연애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지민은 ‘마법을 믿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사기꾼의 수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심해야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경계하면서도, 이미 그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밤이 되자, ‘마법을 믿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마법을 믿어?: 오늘 널 봤어.

지민은 한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민: …네? 무슨 말이에요?

마법을 믿어?: 말 그대로야. 오늘 널 봤어.

지민: 설마… 도서관에서?

마법을 믿어?: 😉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장난일까?

아니면 정말 오늘 본 그 남자가 이 사람이었을까?

‘마법을 믿어?’는 여태껏 자신의 위치나 정체에 대해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 도서관에서 본 그 남자가 이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민은 다른 한편으로 불안했다.

이게 정말 운명적인 만남일까? 아니면, 단순한 로맨스 피싱의 한 종류일까?

지민: 근데… 저를 봤으면 왜 그냥 가셨어요?

마법을 믿어?: 널 만나면 안 되니까.

지민: 또 그 말이네요. 이유를 알려주면 안 돼요?

마법을 믿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

‘아직은.’

이상했다. 마치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었다.

지민은 더 캐묻고 싶었지만, 그가 대답을 피할 것 같아 잠시 고민했다.

지민: 혹시… 사진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요?

정말 도서관에서 봤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마법을 믿어?: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역시 거절.

이제 지민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만약 정말 도서관에서 본 남자가 ‘마법을 믿어?’라면,

왜 이렇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걸까?

그리고 왜 현실에서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걸까?

지민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쥔 채 한참을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뛰었다.

그를 더 알고 싶었다.

그를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그가 말하는 ‘운명’이 진짜인지, 지민은 점점 궁금해졌다.

3화: 너의 정체는?

3화: 너의 정체는?

지민은 어느새 서현을 신경 쓰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마주친 이후, 그는 마치 우연인 듯 지민의 일상 곳곳에 나타났다. 커피숍에서, 회사

"운명의 랜선 연애""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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