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어느새 서현을 신경 쓰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마주친 이후, 그는 마치 우연인 듯 지민의 일상 곳곳에 나타났다.
커피숍에서, 회사 근처에서, 심지어 동네 마트에서도.
그럴 때마다 지민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정말 운명처럼 계속 마주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서현은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인사를 하면 받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않았다.
마치 친절하지만 선을 긋는 사람처럼.
그 태도가 지민의 마음을 더욱 뒤흔들었다.
'대체 이 사람은 뭐지?'
그런 의문 속에서도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계속 찾고 있었다.
더욱 이상한 점은 서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지는 않았는데도,
그의 존재를 느낀 순간마다 페이트 앱이 울린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민이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있을 때, 문득 시선이 이끌려 바깥 거리를 바라봤다.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 듯했지만,
정확히 확인하기도 전에
**[운명의 상대 근처입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지민은 깜짝 놀라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그 그림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또 다른 날, 회사 근처 공원을 걷다가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려는 순간, 또다시 휴대폰이 진동했다.
[운명의 상대 근처입니다.]
그러나 정작 뒤를 돌아봤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이쯤 되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서현이 가까이 있을 때마다 앱이 반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주변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지민은 다시 도서관에 들렀다. 그리고 서현을 마주쳤다.
이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은 만남이었다.
지민은 한숨을 쉬며 책장을 넘기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서현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책 한 권이 공중에 뜬 채 그의 손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지민은 숨을 멈췄다.
'…방금 그거 뭐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책을 단순히 잡은 게 아니라,
공중에서 불러낸 것처럼 보였다.
지민은 책장 너머에서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지만,
서현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조용히 책을 펼쳤다.
가슴이 요동쳤다. 당황스러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민은 무심한 척 가까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혹시… 페이트에서 나랑 매칭된 사람이 너야?"
서현의 동작이 순간 멈췄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이야?"
"…너 맞지?"
"내가 왜?"
애매한 회피. 명확한 부정도 아니었다.
지민은 그의 태도에 더욱 확신이 섰다.
이 사람,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다.
지민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페이트 앱을 열었다.
그러자, ‘마법을 믿어?’가 메시지를 남겨놓은 것이 보였다.
마법을 믿어?: 넌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도서관에서 서현을 봤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걸까?
지민은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모든 상황이 점점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정말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런데 문득, 지민의 머릿속을 스친 또 다른 가능성.
'…혹시 로맨스 피싱 아니야?'
그동안 너무 쉽게 빠져든 건 아닐까?
이 모든 게 단순한 사기라면?
상대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일부러 조성해서 자신을 속이려는 거라면?
지민은 다시 페이트 앱과 대화 내용을 곱씹어 보았다.
상대가 돈을 요구한 적이 있었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었나?
그때, 또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민: 혹시 로맨스 피싱… 아니신 거죠?
마법을 믿어?: 하하, 내가 너한테 돈을 요구한 적이 있어?
지민: 아니요…
마법을 믿어?: 그럼, 걱정하지 마.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지민은 휴대폰을 꼭 쥐었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신비로웠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정말 로맨스 피싱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 마법이 맞는 걸까?
지민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점점 더, 서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