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도서관에서 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현이 손짓 하나로 책을 공중에서 끌어당긴 장면.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법이라도 쓴 걸까?’
그럴 리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러보지만,
‘마법을 믿어?’의 메시지와 서현의 행동이 겹쳐지며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결국 지민은 직접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그때, 페이트 앱이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법을 믿어?: 궁금한 게 많겠네.
지민: 응. 솔직히 좀 이상해.
마법을 믿어?: 궁금하면 나랑 만나볼래?
지민: …진짜로?
마법을 믿어?: 네가 원한다면.
지민: 어디서?
마법을 믿어?: 네가 처음 나를 봤다고 생각한 곳에서.
지민: …도서관…? 아님 카페?
마법을 믿어?: 카페가 맞겠다. 내일 저녁, 거기서 보자.
지민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이 정말 서현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군가일까?
다음 날, 지민은 일부러 서현이 자주 가는 카페로 갔다.
예상대로 서현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며 그의 옆모습을 은은하게 감쌌다.
긴 손가락이 커피잔을 감싸 쥐고 있었고, 그의 눈은 한쪽 책장에 가 있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그 공간 자체가 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지민은 가볍게 숨을 고르고 그의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서현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지민은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검은 눈동자가 깊이 가라앉아 있었고,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지민의 가슴이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조여졌다.
"마법을 믿어?"
지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서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넌 믿어?"
지민은 순간 당황했다.
"그게… 나는…"
그의 음성은 낮고 조용했지만, 단단한 힘이 있었다.
마치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하든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확신이 느껴졌다.
서현은 천천히 컵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네가 본 걸 부정할 거야?"
그의 말에 지민은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까.
"설명해 줘."
지민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그러나 서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그의 입술이 살짝 열리는 듯했지만, 끝내 닫혔다.
그날 저녁, 지민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뒤따라오는 발소리. 지민은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렸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착각인가…?’
그러나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그 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불안감이 밀려오는 순간, 골목으로 접어든 지민은 누군가에게 어깨를 잡혔다.
"꺄악!"
낯선 남자 두 명이 지민을 에워쌌다.
"조용히 따라와."
그들은 위협적으로 말했다.
지민은 심장이 요동쳤다.
이대로 끌려가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밀려왔다.
그때였다.
"그만 놔."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바람이 스쳤다.
골목 어귀에 서현이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한낮 카페에서 보았던 차분한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또렷이 느껴졌다.
남자들은 비웃듯이 서현을 노려봤다.
"뭐야, 네가 뭔데?"
그러나 서현은 여전히 태연했다.
"마지막 경고야."
남자들이 조롱하듯 다가오려는 순간, 서현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순간, 바람이 강하게 일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공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바람에 밀려 남자들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지민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서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너에게 말하면 돌이킬 수 없어."
그 순간, 지민은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