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선택의 문턱에서

8화: 선택의 문턱에서

마법사 세계로 가기 전, 지민은 잠시 서현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마음속 깊이 파고든 고민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방 안은 조용했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지민은 침대에 앉아 페이트 앱을 쳐다보았다.

서현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했던 앱.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알림도 울리지 않았다.

‘서현이 마법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처음부터 마법사인 서현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마법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서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

다만, 마법이 없는 그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더 이상 시간을 멈추거나 공간을 흔들 수 없다면,

마법의 힘으로 그녀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범한 연인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지민은 머리를 감쌌다. 서현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이 결정이 과연 최선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를 마법사 세계로 데려가면 사면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의 마법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의 마법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의 삶이었다.

‘나는 정말 서현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욕심으로 그를 바꾸려는 걸까?’

그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불현듯 지민은 마법이 없는 서현과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비 오는 날, 작은 우산 아래서 함께 걷는 모습.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가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현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할까?

마법이 없는 서현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었다.

서현이 마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그를 지탱할 수 있을까?

결국, 지민은 마음을 굳혔다.

‘서현이 마법을 잃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그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거야.’

그렇게 결심한 순간, 그녀는 페이트 앱을 켰다.

지민: 서현아, 우리 지금 가야 해.

지민이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려 할 때,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며 물었다.

“어디 가니? 벌써 나가는 거야?”

지민은 순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한 사람을 구하러 가.”

어머니는 순간 멈칫하더니, 지민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그 사람, 네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사람이니?”

지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응. 난 그렇게 생각해.”

어머니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게 뭐든 다치지만 마라.”

그 한마디에 지민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짧게 안겨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마법 세계로 가기 전, 마지막 준비를 했다.

“증언 내용을 정리해보자.”

서현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네가 금지된 마법을 사용한 이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두 번째, 네가 다시는 금지된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

“…맞아.”

“그리고 마지막,

내가 네 증인이라는 것.”

지민은 서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들은 이제 마법사 세계의 문턱에 서 있었다.

서현의 손길 하나로 공간이 흔들리며 푸른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준비됐어?”

서현이 물었다. 지민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대한 문이 열렸다.

마법 법정은 거대한 원형 홀이었다. 중앙에는 마법 법관들이 앉아 있었고,

차가운 공기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민은 손에 땀이 배어드는 것을 느꼈다.

서현은 침착한 듯 보였지만,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망자 서현.”

법관 중 한 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네 죄를 인정하는가?”

순간 모든 시선이 서현에게 집중됐다.

지민은 숨을 죽였다. 서현이 결심한 대로, 그가 올바른 답을 하기를 바라며.

“네.”

그의 대답이 홀 안에 울려 퍼졌다.

법관들이 웅성였다. 그 순간, 지민이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이 사람의 증인이며, 인간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

이제, 모든 것은 그녀의 증언에 달려 있었다.

9화: 심판의 날

9화: 심판의 날

마법 법정은 차가운 공기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둥글게 둘러앉은 법관들의 시선이 서현과 지민을 향해 있었다. 천장에는 빛을 머금은

"운명의 랜선 연애""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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