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법정은 차가운 공기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둥글게 둘러앉은 법관들의 시선이 서현과 지민을 향해 있었다.
천장에는 빛을 머금은 듯한 유리 돔이 있었고,
그 안에서는 마치 살아 있는 별들이 떠다니듯 반짝였다.
바닥에는 고대의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법관이 말을 할 때마다 희미한 금빛이 일렁였다.
법관 중 한 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기가 순간적으로 떨리며 홀 전체에 마법의 잔향이 남았다.
“도망자 서현.”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돌로 조각한 듯 단단했다.
허공에는 그의 이름이 반짝이는 글자로 새겨졌고, 곧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네 죄를 인정하는가?”
순간 모든 시선이 서현에게 집중됐다.
지민은 숨을 죽였다. 서현이 결심한 대로, 그가 올바른 답을 하기를 바라며.
서현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의 주위의 공기가 흔들리더니,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발밑에서 물결처럼 퍼졌다.
그의 마법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네.”
그의 대답이 홀 안에 울려 퍼졌다. 법관들이 웅성였고,
여기저기서 조용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말이 닿는 공기가 희미한 연기처럼 퍼졌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민은 자신을 둘러싼 신비로운 분위기에 위압감을 느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빛의 조각들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으려는 듯 희미하게 움직였다.
벽면에는 오래된 문양들이 빛을 내며 살아 움직였고,
그녀가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의 룬이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곳은 살아 있다…’
지민은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그녀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이 사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중에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날카로운 눈빛을 한 마법사였다.
그의 옷자락에는 금색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마법사 세계에서도 보수적인 집단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서현은 마법사의 금기를 어겼습니다.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된 행위입니다.
그를 용서하는 것은 곧 법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법정 중앙의 룬이 붉게 빛났다.
마법 법정 자체가 그의 주장에 반응하는 듯했다.
몇몇 법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때, 지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지민은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자, 바닥에 새겨진 룬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마법이 그녀의 존재를 감지한 것이었다.
“법이 완벽한가요?”
그녀의 질문에 법관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허공에 떠 있던 마법의 빛들이 흔들렸다.
“서현이 시간을 되돌린 이유는 단순한 욕심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법이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지만,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그 순간, 공중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법정의 마법이 형상화된 것이었다.
눈동자는 지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그녀는 자신이 시험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법사들은 웅성였고, 지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서현은 결국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시간을 되돌렸지만, 마법사 세계는 그의 어머니를 다시 데려갔어요.
서현이 정말 법을 무너뜨렸다면, 그 결과는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결국, 운명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죄책감뿐이었어요.”
법관들이 다시 웅성였다. 지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그녀는 법관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이 법이 정말 공정한가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공중의 눈동자가 천천히 깜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지민의 눈동자는 그 어떤 마법보다도 반짝였다.
마법 법정 자체가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확신에 찬 시선은 마법의 룬보다도 강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공기 중에 흐르던 마법의 기운이 한순간 가라앉았고,
법관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법정 안은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