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우리만의 비밀 장소

3화: 우리만의 비밀 장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공기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골목길의 돌바닥은 반짝이며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하늘은 흐린 회색빛이었지만,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작은 물웅덩이가 생겨나 반짝거렸다.

이런 날이면 사람들은 우산을 꼭 쥐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지만,

해솔은 달랐다. 빗속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재하의 팔을 잡아끌었다.

"빨리 와! 날씨가 너무 좋다!"

재하는 황당한 얼굴로 해솔을 바라보았다. 비 오는 날이 좋은 거라니.

그의 손에는 축축하게 젖은 우산이 들려 있었고,

옷깃에도 빗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나 해솔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작은 웅덩이를 뛰어넘으며 신이 난 듯 행동했다.

"비 오는데 어디 가는데?"

"따라와 보면 알 거 아니야!"

해솔은 재하를 끌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의 발밑에서 빗물이 첨벙하고 튀었다. 골

목을 돌고 또 돌다가, 마침내 한적한 공터에 다다랐다.

이곳은 오래된 폐건물 뒤편에 숨겨진 작은 공간이었다.

높은 담벼락이 둘러싸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

바닥에는 낡은 나무판자가 깔려 있었고,

한쪽에는 오래된 벤치가 비에 젖은 채 놓여 있었다.

벤치 옆으로는 작은 철제 창고가 있었고,

그 안에는 낡은 담요와 몇 개의 상자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해솔은 그곳으로 들어가더니 익숙한 듯 담요 하나를 꺼내 털었다.

"여기야. 우리만의 비밀 장소!"

재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어떻게 이렇게 남아 있는지 궁금했지만,

해솔은 아무렇지도 않게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여긴 아무도 안 와. 나만 알고 있었거든.

이제 너도 알았으니까, 우리만의 장소야."

재하는 조용히 해솔의 옆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빗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해솔은 손을 뻗어 비를 맞으며 중얼거렸다.

"여긴 우리가 변하지 않길 바라는 곳이야."

재하는 그 말을 곱씹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이곳을 적시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해솔과 함께라면, 이곳에서라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을 것만 같았다.

해솔은 빗방울이 손끝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재하야, 비 오는 날 좋아해?"

재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그래. 너무 젖는 게 싫어."

해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비 오는 날이 좋더라. 뭔가 특별한 날 같아.

평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이 다 다르게 보이거든."

재하는 해솔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물웅덩이에 반사된 흐릿한 하늘, 젖은 나뭇잎에서 또르르 떨어지는 물방울,

그리고 살짝 비에 젖어 윤기가 도는 해솔의 머리카락까지.

정말이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은 비에 젖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한동안 말없이 빗소리를 들었다.

해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이곳에 오면 뭐든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자."

재하는 해솔을 바라보았다.

해솔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아닌 진지함이 어려 있었다.

"왜?"

"그냥,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있으면 좋잖아.

다른 곳에서는 못 하는 이야기 같은 거."

재하는 조용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솔은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그럼, 너는 나한테 말 안 한 비밀 있어?"

재하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평소처럼 가벼운 대화가 아니라,

진짜 비밀을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솔은 별 기대 없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어차피 여긴 우리만의 비밀 장소니까."

그 순간, 재하는 이곳이 단순한 공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한 비밀 장소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나누는 작은 세계였다.

그리고 그는 그 세계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해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빗방울을 손으로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에도 비 오면 여기로 올 거지?"

재하는 가만히 해솔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꼭 올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해솔은 다시 한번 크게 웃으며 빗속으로 달려 나갔다.

재하는 해솔의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4화: 여름, 함께한 시간들

4화: 여름, 함께한 시간들

한여름의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했다. 공기는 후텁지근했지만,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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