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여름, 함께한 시간들

4화: 여름, 함께한 시간들

한여름의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했다.

공기는 후텁지근했지만,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었다.

매미 소리가 귀를 간질이며 멀고 가까이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방학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해솔과 재하는 여느 때처럼 함께였다.

둘은 아침부터 만나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누볐다.

자전거 바퀴가 자갈길을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해솔은 앞장서서 길을 이리저리 돌며 재하를 이끌었다.

"재하야, 저기 강가로 가볼래?"

"너 또 물에 들어가려고 그러지?"

"아니야! 그냥 시원할 것 같아서!"

해솔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전거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았다.

재하는 가만히 한숨을 쉬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강가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고, 발을 담그자마자 시원함이 온몸을 감쌌다.

"와, 진짜 시원하다!"

해솔은 신발을 벗고 강가에 앉아 발을 담갔다.

재하도 마지못해 옆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와 강물 위에 작은 물결이 일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매미 소리가 여전히 울려 퍼졌고, 강물 소리가 조용한 리듬을 만들었다.

"이런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해솔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나지막하게 들렸다.

재하는 그 말을 가만히 되새겼다.

정말이지,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한참을 강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둘은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해솔의 할머니는 늘 따뜻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다.

"왔구나. 더웠지?"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 둔 수박을 꺼내 오셨다.

커다랗게 잘라낸 수박 조각을 들고 해솔과 재하는 마당 한쪽에 앉았다.

수박을 베어 물자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역시 여름엔 수박이지!"

해솔은 신이 나서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재하도 조용히 수박을 먹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해솔의 뺨에는 햇빛이 닿아 반짝였고, 머리칼 사이로 살랑이는 바람이 지나갔다.

"우리, 이렇게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까?"

해솔이 갑자기 중얼거렸다.

재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난기 어린 말투가 아니었다.

무언가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계속 같이 있지."

재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해솔과 재하는 마을의 작은 언덕에 올라갔다.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해솔은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하늘, 정말 예쁘다."

재하는 아무 말 없이 해솔의 옆에 누웠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살랑이고, 매미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어렸을 때부터 여름이면 너랑 이렇게 보냈던 것 같아."

해솔이 나직하게 말했다.

재하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랬다.

처음 자전거를 함께 탔을 때도,

수박을 나눠 먹으며 깔깔 웃었던 순간도, 늘 해솔이 곁에 있었다.

"그래서 이 여름이 더 특별한가 봐."

해솔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재하는 살짝 몸을 돌려 해솔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붉은 노을이 담겨 있었다.

"우리, 내년 여름에도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해솔의 질문에 재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응. 분명히."

해솔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풀잎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뒤, 그녀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한 거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속."

그 순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감쌌다.

여름의 한때가 노을 속으로 천천히 녹아들고 있었다.

해솔은 벌떡 일어나 풀밭을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내기할래? 누가 먼저 별을 찾나!"

재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시작!"

두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찾기 시작했다.

노을이 점점 사라지고, 밤하늘에는 하나둘 별이 떠올랐다.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갔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5화: 강해솔이 이상하다

5화: 강해솔이 이상하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서서히 힘을 잃고,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매미 소리는 여전히 울렸지만, 어딘가 모르게 낮보다 잔잔하게

"햇살이 머무는 순간을 기억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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