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우리, 친구 맞아?

6화: 우리, 친구 맞아?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녁놀이 골목길 담벼락을 길게 늘어뜨리자,

바람은 선선하게 불며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의 변화보다, 요즘 재하가 신경 쓰이는 건 해솔의 태도였다.

"넌 나랑 친구라서 같이 있는 거야?

아니면…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은 거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재하는 걸음을 멈추었다.

해솔은 마른 낙엽을 발끝으로 툭툭 차며,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궁금해서."

해솔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가벼웠다.

하지만 재하는 어딘가 모르게 그 말이 걸렸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꼭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 친구니까 같이 있는 거 아닐까?"

재하는 무심히 대답했다.

하지만 해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담장 위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해솔의 머리칼이 살짝 흩날렸다.

"그렇구나."

그렇게 대화를 끝낼 수도 있었지만, 재하는 문득 궁금해졌다.

"왜? 해솔아, 무슨 일 있어?"

해솔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요즘 생각이 많아져서."

재하는 해솔이 요즘 자꾸 조용해지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억지로 캐묻지는 않았다.

다만, 언젠가는 스스로 이야기해 주길 바랐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담벼락 너머로 저녁 냄새가 풍겨오고,

저 멀리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해솔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근데 있잖아, 재하야. 나는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아."

해솔이 툭 던진 말에 재하는 걸음을 멈추었다.

해솔은 그제야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재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가볍게 웃어버렸다.

"나도.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아."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흩날렸다.

해솔은 장난스럽게 한 바퀴 빙 돌더니, 다시 앞으로 뛰어갔다.

"그럼 됐어!"

그날 이후, 해솔의 태도는 다시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하는 알 수 있었다.

해솔이 던진 질문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의미를, 자신이 나중에서야 깨닫게 될 거라는 것을.

다음 날, 학교에서 해솔은 평소보다 더 장난스러워 보였다.

쉬는 시간마다 재하를 불러내어 복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급식 줄에서도 일부러 재하 앞을 가로막으며 웃었다.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냐?"

재하는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내가 원래 말이 많았냐?"

해솔은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재하의 머리를 쿡 찌르고는 도망쳤다.

재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해솔을 따라 뛰었다.

그렇게 예전의 해솔로 돌아온 것만 같았지만,

재하는 가끔 해솔이 혼자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곤 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왠지 그 눈빛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눈빛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닿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 해솔과 재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골목길에 도착했을 때, 해솔이 재하를 불러 세웠다.

"재하야."

"왜?"

해솔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영원히 친구일까?"

재하는 그 질문을 듣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해솔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응, 당연하지."

재하는 처음부터 해솔이처럼 밝고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솔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걸어갔다.

하지만 그 뒷모습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재하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하는 내내 해솔의 말을 곱씹었다.

'우리, 영원히 친구일까?'

그 질문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순한 질문일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 해솔의 눈빛에는 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만 같았다.

창문 너머로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지만, 재하는 왠지 모르게 그 빛들이 멀게 느껴졌다.

그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해솔의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그날 밤, 재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7화: 오늘은 강해솔이 늦네

7화: 오늘은 강해솔이 늦네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새벽빛이 비쳤고, 골목길에는 바람 한 점 없이 적막이 감돌았다. 재하는 눈을 비비며

"햇살이 머무는 순간을 기억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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