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오늘은 강해솔이 늦네

7화: 오늘은 강해솔이 늦네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새벽빛이 비쳤고, 골목길에는 바람 한 점 없이 적막이 감돌았다.

재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해솔이 먼저 찾아와 문을 두드릴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익숙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골목길은 텅 비어 있었다. 해솔이 없었다.

"뭐야, 오늘은 강해솔이 늦네."

재하는 중얼거리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 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어야 했다.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하야, 해솔이가 얘기 안 했니?"

그날 아침, 엄마에게서 들은 말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해솔이네 가족이 이사 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걸었는데,

함께 웃었는데, 함께 내일을 약속했는데.

재하는 허둥지둥 밖으로 뛰어나갔다.

해솔의 집 앞까지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문 앞에 놓인 화분들은 그대로였지만,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거짓말이지…"

재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해솔은 정말로 떠난 걸까? 아무 말도 없이, 인사도 없이?

그날 이후, 재하는 매일같이 골목길을 서성였다.

해솔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았다.

문득 돌아보면, 골목 모퉁이에서 손을 흔들며 나타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날이 가도, 달이 바뀌어도 해솔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하는 해솔과 함께 다니던 장소들을 찾아갔다.

오래된 담벼락, 그네가 있는 공터,

개울가… 그곳엔 해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솔의 부재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 갔다.

하지만 재하는 여전히 해솔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이 골목길 어딘가에서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고 믿으며 기다렸다.

비 오는 날, 골목길에서

어느 날, 장대비가 내렸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였고,

빗줄기가 골목길을 세차게 적셨다.

재하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빗속에서도 그의 발길은 해솔의 집 앞에서 멈췄다.

비에 젖은 대문을 바라보며 재하는 조용히 속삭였다.

"해솔아, 정말로 어딜 간 거야?"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해솔이 남기고 간 흔적들, 그리고 자신이 전하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집으로 돌아온 재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이 차가워진 느낌이었다.

침대에 주저앉은 그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베개를 끌어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엉엉 울었다.

그 순간, 엄마가 조용히 문을 열고 다가와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재하야… 많이 속상하지?"

재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에이구… 우리 재하 속상해서 어떻게 해…”

그저 더욱 크게 울 뿐이었다.

어린 마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12살의 재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가장 큰 슬픔이었다.

해솔은 그의 세상의 일부였고, 이제 그 일부가 사라졌다.

"괜찮아.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야."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재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해솔이 여기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팠다.

창밖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재하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음이 허전하고 울적했다.

해솔이가 떠난 자리에는 커다란 빈자리만 남은 것 같았다.

그날 밤, 재하는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자꾸만 해솔이 얼굴이 떠올랐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모습,

학교 운동장에서 서로 장난치며 웃던 순간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도 해솔이는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재하는 반갑게 뛰어갔지만, 가까워질수록 해솔이는 점점 멀어졌다.

손을 뻗었지만 닿을 수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베개가 축축이 젖어 있는 걸 알았다.

재하는 천천히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해솔이가 이사 갔다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8화: 남겨진 추억들

8화: 남겨진 추억들

몇 년이 지나도, 재하는 여전히 해솔과의 기억 속에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주변의 모습도 변해갔지만, 해솔과 함께했던 곳들은 그대로였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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