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다시 돌아온 마을

9화: 다시 돌아온 마을

해솔이가 떠난 후,

재하는 한동안 마을에서 해솔이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머지않아 재하의 가족도 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재하는 해솔이 없는 마을을 뒤로한 채, 낯선 도시로 향해야 했다.

도시는 그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해솔과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5년이 지나 17살이 된 재하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부모님의 출장으로 인해 방학 동안 혼자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먼 친척이 이 마을에 살고 있었고,

부모님은 재하가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예전 마을을 떠올렸고,

그곳에서 머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찾은 마을은 변함이 없었지만, 재하는 변해 있었다.

변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변해버린 자신을 마주했다.

예전처럼 익숙한 길을 걸었지만, 모든 것이 어색했다.

마을은 그대로였지만, 이제 이곳에서 해솔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편리하고 빠르게 돌아갔지만,

항상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높은 빌딩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밤늦도록 환한 불빛 속에서도 재하는

시골에서 보낸 해솔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을로 돌아온 순간, 조용하고 평온한 공기가 그를 감쌌다.

오랜만에 맡는 풀냄새와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편안했다.

비가 내린 후 특유의 흙내음이 마을을 감쌌다.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을 지나며, 재하는 벽에 손을 댔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스쳤다. 그때의 기억이 밀려왔다.

“너는 기억해? 우리가 함께했던 그 순간을.”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해솔이와 함께

작은 나무 아래에서 빗방울을 피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며

누가 더 멀리 날리는지 경쟁했다.

재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섰다. 모든 것이 또렷한데, 이제 해솔이는 없었다.

골목을 걷다 보니 해솔이와 함께했던 과거가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여름날 노을이 질 때까지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다녔던 공터,

서로 비밀을 나누던 담벼락 뒤 작은 공간,

밤하늘의 별을 세며 꿈을 이야기했던 놀이터.

그 모든 순간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학교 앞에 서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항상 해솔이가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재하를 손짓해 부르곤 했다.

지금은 낯선 얼굴들만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해솔이와 자주 가던 작은 책방 앞에서 재하는 한참을 서성였다.

낡은 간판과 문 옆에 붙어 있는 오래된 공지문,

그리고 해솔이가 좋아하던 동화책들이 아직도 그대로였다.

손을 뻗어 책을 집어 들었다. 첫 장을 넘기자,

해솔이가 남긴 작은 메모가 보였다.

"언젠가 다시 여기서 함께 읽을 날이 오겠지?"

재하는 천천히 손끝으로 그 글씨를 따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만히 책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조용한 공기 속에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도시에서는 항상 시끄러운 소음과 사람들 속에서 지냈지만,

이렇게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재하는 좋았다.

어쩌면 자신은 도시보다 이런 조용한 곳을 더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던 걸까?

익숙하면서도 잊고 지냈던 이 평온함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마지막으로, 재하는 예전 해솔이의 집 앞에 섰다.

작은 정원에는 여전히 해솔이가 좋아하던 꽃이 고요히 피어 있었다.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어린 시절, 해솔이에게 전하지 못했던 그 편지였다.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편지를 문 앞에 내려놓고, 그는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흔들렸다.

재하는 잠시 머물다가, 천천히 뒤돌아섰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까?”

10화: 햇살이 머무는 순간

10화: 햇살이 머무는 순간

재하는 마을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해솔을 마주칠 기회는 없었다. 일부러 예전의 장소를 찾아다녔지만 그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개울가,

"햇살이 머무는 순간을 기억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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