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가짜 미소, 감춰진 진심

2화: 가짜 미소, 감춰진 진심

화려한 궁중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린은 다른 후보들과 함께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겉으로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후보들과 어울렸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로지 임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려한 비단옷과 값비싼 장신구는 그녀에게 족쇄처럼 느껴졌다.

첩자로서 자유롭게 움직여야 할 그녀에게, 화려한 옷차림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다른 후보들은 저마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태준의 눈에 들기 위해 경쟁했다.

그들의 화려한 언변과 능숙한 정치적 술수를 보며

아린은 자신이 얼마나 이들과 다른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녀는 일부러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동시에 태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의식했다.

마치 감시당하는 것처럼, 혹은… 임무의 결과를 확인받아야 하는 것처럼.

어느 날, 후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황후로서 갖춰야 할 지혜를 평가하기 위한 자리였다.

조태후가 직접 출제한 고전의 난해한 구절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후보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답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아린은 고전에는 익숙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현란한 대화에 쉽게 끼어들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나는… 저들과 달라…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저런 모습일 텐데…

하지만… 나는 폐하의 다른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어…

이 간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임무 수행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

그때, 조태후가 아린에게 시선을 돌리며 질문을 던졌다.

“아린, 그대는 어찌 그리 조용히 있는 것이오? 혹시… 내 질문이 너무 어려운가?”

순간 모든 시선이 아린에게 집중되었다.

아린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송구하옵니다, 태후 마마. 저는 다른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려한 언변보다는… 진실된 마음으로 폐하를 섬기고 싶습니다.”

아린의 대답은 다른 후보들의 화려한 답변과는 달랐지만, 어딘가 진솔함이 느껴졌다.

태준은 아린의 대답을 듣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검은 복장으로만 보던 아린이 화려한 궁중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은

그에게 낯설면서도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아린의 진심을 꿰뚫어보려는 듯,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린이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녀의 눈빛 속에서 어렴풋한 불안과 고뇌,

그리고 임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뿐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아린은 정해진 시각, 정해진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태준과 처음 만났던 정원의 깊숙한 곳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정자로 다가갔다.

어둠 속에 태준의 그림자가 보였다.

“폐하, 명을 받들어 왔습니다.”

아린은 정자 앞에 멈춰 서서 무릎을 꿇었다.

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린을 내려다보았다.

“조태후의 동향은 어떠한가.”

그는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아린은 조태후의 최근 동향과 수상한 움직임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하게 보고했다.

그녀의 보고는 첩자로서의 능숙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태준은 아린의 보고를 조용히 경청했다.

그는 아린의 보고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아린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사적인 감정도 오가지 않았다.

오직 임무에 대한 냉정하고 효율적인 대화만이 어둠 속에서 오갔다.

보고가 끝난 후, 태준은 아린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실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관계를 들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린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태준은 아무 말 없이 정자를 나섰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은 차갑고 냉정했다.

아린은 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임무를 되새기며,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화: 감춰진 진실의 조각

3화: 감춰진 진실의 조각

며칠 후, 아린은 조태후의 처소에서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감지했다. 평소와 달리 조태후의 주변 경비가 삼엄해졌고, 그녀의 측근들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