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황녀의 죽음과 회귀

1화: 황녀의 죽음과 회귀

어둠이 내려앉은 황궁.

차갑게 빛나는 달빛이 바닥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이린 루아텔은 단두대 위에 서 있었다.

목에 걸린 차가운 쇠사슬이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저 멀리서 군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정면을 바라보았다.

황제의 명으로 이곳에 서게 되었고,

이제 곧 그녀의 목이 단두대의 검 아래 떨어질 것이었다.

한때 그녀는 이 제국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황제의 유일한 황녀로 태어났지만,

황태자인 오빠에게 밀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황제의 정적들에게 협박을 당했고,

황후와 귀족들은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녀가 단두대에 서게 된 것도 결국 권력 다툼 때문이었다.

'나는… 대체 무슨 삶을 살아왔던 걸까?'

아이린은 덤덤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 떠 있는 밤하늘이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이 이것이라니, 아이러니했다.

그녀는 기나긴 회한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황녀 아이린 루아텔, 반역죄로 사형을 집행한다!"

단두대 위로 검이 번뜩였다.

차가운 금속의 울림이 공기를 가르고, 군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가 땅 위로 튀었고, 그녀의 의식은 급격히 어두워져 갔다.

'숨이… 쉬어진다?'

아이린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공기에 정신을 차렸다.

깜빡거리는 눈을 뜨자, 눈앞에는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황궁의 그녀의 방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방 안의 모든 것이 낡아 보였고, 자신의 손도 너무나 작아 보였다.

아이린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분명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죽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살아있었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회귀했다…?'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그녀가 일곱 살 때 지냈던 방이 틀림없었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피부와 짧게 자란 머리카락이 손끝에 닿았다.

거울을 보니, 그녀는 분명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정말로…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건가?'

혼란스러움도 잠시, 아이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의 삶은 한 번 끝났었다.

그리고 다시 주어진 이 기회, 이번 생에는 절대 예전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움직여야 했다.

황제의 신임을 얻고, 황태자의 견제를 피하며, 황궁의 권력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자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아이린은 방안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어린 시절의 공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황궁의 정원, 벽난로 옆에 놓인 작은 테이블,

그리고 한쪽 구석의 책장까지—그녀가 자라온 공간이지만,

지금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침대 곁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했다.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듯, 그녀는 손을 뻗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과거에 소중히 간직했던 작은 물건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주었던 작은 금장 브로치, 어머니의 초상화가 담긴 펜던트,

그리고 그녀가 어릴 적 끄적였던 일기장까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황태자는 이미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황후 역시 자신의 아들을 밀어주려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번 생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첫 번째 목표는 황제의 신뢰를 얻는 것.'

과거의 아이린은 황제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그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녀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그녀를 제거하려 했던 이들이 누구인지도 철저히 밝혀야만 했다.

그 순간,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린은 재빨리 몸을 숨기고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녀님,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돌보던 시녀, 리시아였다.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린은 잠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전생에서 리시아는 끝까지 그녀를 보호하려 했고,

결국 자신을 대신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생에서는 그녀를 반드시 지켜야 했다.

아이린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나서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 운명을 내가 직접 바꿀 거야.'

2화: 어린 황녀의 각성

2화: 어린 황녀의 각성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황궁을 감싸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아이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귀 후 맞이하는 첫 아침이었다. '이곳에서

"천재 황녀의 두 번째 인생""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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