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알렉스의 정체

4화: 알렉스의 정체

새벽녘, 차가운 공기가 황궁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아이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한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행동을 해야 할 때야.'

아이린은 그동안 황궁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황제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황후와 황태자의 정치적 동향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알렉스 카르디아.'

그는 단순한 기사로 보였지만, 어디를 가든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회의가 열리는 홀에서도, 황제의 연회에서도,

심지어 그녀가 조용히 독서를 하는 도서관에서도.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빈번한 마주침이었다.

처음에는 황제의 명을 받아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는 단순한 경호 이상의 것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이라도 하듯, 알렉스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린은 결심했다.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그날 밤, 아이린은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왔다.

황궁은 늦은 밤이면 모든 움직임이 느려졌다.

경비병들의 교대 시간, 하인들의 동선까지 모두 계산한 그녀는 신속하게 복도를 가로질렀다.

알렉스의 방은 기사단 숙소와는 조금 떨어진 별채에 있었다.

고위 경호원들에게만 제공되는 공간이었다.

황제의 신뢰를 받는 자들만이 그곳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과연 그 안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예상했던 대로,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건 함정일 수도 있어.'

그러나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예상보다 소박했다.

검과 갑옷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몇 권의 책과 양피지 두루마리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쪽에 놓인 작은 함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열었다. 익숙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황녀 아이린 루아텔 – 감시 기록.'

숨이 턱 막혔다.

두루마리에는 그녀의 행적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이건 단순한 경호 기록이 아니야. 내가 감시당하고 있어.'

아이린은 기록을 한 장씩 넘겼다.

그러다 문득, 다른 두루마리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을 발견했다.

'……라파엘 루아텔.'

아이린의 오빠, 황태자의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이 적힌 문서는 따로 분류되어 있었다.

황태자와 관련된 정보, 황제와의 관계, 그리고…… 예상되는 후계 구도까지.

'알렉스가 황태자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이건 단순한 경호 임무가 아니었다.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이 단순한 기사의 몫을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황녀께서 제 방에서 뭘 찾고 계셨습니까?"

아이린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문가에 서 있는 알렉스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차분했다.

마치 이 순간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아이린은 심호흡을 하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 기사님께서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해서요. 방이 꽤 깔끔하네요."

알렉스는 미소도 짓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제 책상이 그토록 흥미로우셨다는 겁니까?"

아이린은 태연한 척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알렉스는 가볍게 걸어와 그녀와 책상 사이를 막아섰다.

가까이서 본 그의 눈빛은 더 깊고 차가웠다.

"이제 황녀님께서 대답하실 차례입니다."

아이린은 다시 한 번 직감했다.

'이 남자…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어.'

그녀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기사님이 먼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 기록들은 뭔가요?"

알렉스의 붉은 눈동자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녀님도 아시겠죠. 이 황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정보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걸."

그의 손이 책상 위의 두루마리를 조용히 쓸어내렸다.

아이린은 그 손끝을 주시했다.

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은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를 감시해야 해.'

아이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알렉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남자의 정체를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5화: 위험한 동맹

5화: 위험한 동맹

새벽의 첫 빛이 궁전의 첨탑을 부드럽게 감쌌다. 차가운 바람이 창틀을 스치며 조용한 황궁을 깨웠다. 황후와 황태자가 아무리 그녀를 견제해도, 황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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