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알렉스의 과거

7화: 알렉스의 과거

밤하늘에는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달빛조차 희미한 어둠 속에서,

아이린은 황궁의 서고 한쪽에서 펼쳐진 문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기록된 내용은 그녀의 과거가 아니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의 시선에서 기록된 ‘아이린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게…… 뭐지?'

종이에 적힌 날짜는 그녀가 사형당했던 그날이었다.

그녀가 단두대에 올랐던 순간부터 군중의 반응까지,

모든 것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숨을 삼킨 아이린은 손에 든 문서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녀의 죽음을 기록한 사람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황녀님?"

아이린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알렉스였다. 언제부터 저기 서 있었던 걸까.

그는 언제나처럼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그의 눈빛이 더욱 깊고 어두워 보였다.

아이린은 억지로 숨을 골랐다.

"……무슨 말이지?"

알렉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린의 심장은 점점 빨라졌다.

알렉스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황녀님께서는 전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그 말에 아이린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숨을 삼키며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알렉스의 표정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알렉스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는 황녀님께서 사형당하던 날, 끝까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가 사형당하는 날, 단두대 주변에는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는 군인들과 몰려든 군중뿐이었다.

그녀는 혼자였다. 죽음의 순간까지 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럼, 넌……"

"그 순간, 저는 단 한 가지 생각만 했습니다."

알렉스가 낮게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

"황녀님은 살아야 했다고."

아이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알렉스는 그녀를 단 한순간도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알렉스는 그 거리마저도 좁히며 다가왔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위험할 정도로 깊고 선명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황녀님? 제가 왜 황녀님을 돕는지."

아이린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알렉스의 존재가, 그의 의도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넌 대체 누구야? 왜 나를 아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렉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녀께서 살아남길 바라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황녀님께서 다시 돌아올 거라는 예언을 들은 자이기도 합니다."

아이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언……?"

알렉스는 서고의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어둠이 가득했지만, 그는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보는 듯했다.

"오래전, 황실의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 내려진 신탁이 있었습니다.

왕이 흔들리고, 황후의 뜻이 제국을 잠식할 때,

사라진 별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그 별이 바로…… 황녀님이었습니다."

아이린은 숨을 삼켰다.

그녀가 회귀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예정된 일이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네 역할은 뭐지?"

그녀는 차갑게 물었다.

"그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나를 돕는 건가?"

알렉스는 짧은 침묵 끝에 답했다.

"제 역할은…… 황녀님이 살아남아, 운명을 바꾸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는 황녀님께 달려 있습니다."

아이린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흔들림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단순한 충성심 이상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더 이상 예언 따위에 휘둘리지 않아.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해."

알렉스는 미소 지었다.

"그래서 황녀님을 따르는 겁니다."

그 순간, 아이린은 깨달았다.

이 남자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운명을 지켜보았던 자였고,

어쩌면 그 누구보다 그녀의 마지막을 똑똑히 기억하는 자였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려는 자였다.

아이린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이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비밀을 품고 있었다.

8화: 제국이 뒤바뀌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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