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황궁을 감싸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아이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귀 후 맞이하는 첫 아침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돼.'
7살의 어린 몸에 성인의 기억이 담긴 그녀는 황궁의 정세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황궁은 단순히 화려한 궁전이 아니었다.
이곳은 권력과 음모가 난무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끝없는 계산과 싸움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아버지인 황제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황제의 유일한 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정치적 도구로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황후는 그녀를 견제했고,
황태자는 자신의 왕좌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동생을 결코 곱게 보지 않았다.
과거의 자신은 순진했다. 사랑을 갈구했고, 그 감정을 이용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녀는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내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 어린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이린은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지난 생처럼 무방비한 채로 당할 수는 없었다.
황제의 신임을 얻고,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야 했다.
우선, 황제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
황제가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를 찾아 그의 눈길을 끌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알렉스 카르디아.
그는 아이린이 기억하는 과거에 없던 인물이었다.
'분명 과거에는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왜 그가 이렇게 눈에 띄는 거지?'
아이린은 식사 자리에서 처음으로 알렉스를 보았다.
검은 갑옷을 입고 조용히 황궁을 순찰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어둠을 품은 듯한 남자였다.
잘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살짝 흘러내렸고,
깊고 날카로운 붉은빛이 도는 눈동자는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강렬했다.
창백하면서도 강인한 윤곽의 얼굴, 길고 날렵한 코선,
그리고 차가운 입매는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단순한 기사와는 달랐다.
다른 기사들은 그녀를 대할 때 형식적인 예를 차렸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아이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걸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명을 받은 것인지, 혹은 정말로 우연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황제의 직속 경호대 소속인 것 같았지만,
분명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아이린은 철저히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하인들에게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알렉스의 근무지, 출신, 그리고 황궁에 들어온 시기까지.
그의 존재는 예상 밖의 변수였다.
그를 모르고서는 앞으로의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그날 밤, 아이린은 황궁 내에서 자신의 작은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예상치 못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알렉스는 복도의 한쪽에 서서 조용히 황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홀로 서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이 깃들어 있었고, 손끝으로 검집을 천천히 문지르고 있었다.
아이린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 순간, 마치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알렉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동자는 예리하게 빛났다.
"어린 황녀께서 이 시간에 여기 계시다니..."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는 마치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으며, 한마디 한마디가 묘하게 울림을 주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아이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조용히 되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알렉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정도였다.
"그건... 언젠가 황녀님께서 직접 알아내실 겁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를 갖추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린은 더 캐묻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분명 그는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
아이린은 그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한 감시 대상이 아니라, 진짜 정보를 얻어야 했다.